반장의 꿈
반장의 꿈
  • 김 태 한
  • 승인 2019.05.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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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 였다. 내 나이 이제 50이니 초등학교를 다닌지 지나도 한참 지났다. 당시에는 한 학년에 12반씩 있었고 한반에도 60명 가까이 되는 인원들이 있었으니 6년 동안 같이 학교를 다닌 친구만도 요즘은 상상도 안 되리라. 나의 학창시절은 그야말로 중간이었다. 성적도 중간, 성격도 중간, 운동도 중간. 당연히 반장 한 번 못했으리라.

작년 인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씨죠?”, 하면서 시작된 통화는 바로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였다. 이제껏 반창회니 동창회니 한번도 나가보지는 못했다. 이제야 내가 졸업한 학교도 핸드폰 앱으로 일단 모이고 바야흐로 회원수를 늘리는 기간이었나 보다.

그렇게 회원 가입을 하고 한 번씩 인사를 하니 새삼 반가웠다. 뭇 모임이 그렇듯이 우리도 온라인 모임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기회도 만들었다. 친구 하나 하나 옛날 생각도 나고 즐거웠다. 

그런데 모임이 한 번 두 번 늘어가는 사이 정례화 하잔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임의 장도 뽑아야 하고 말뿐인 회칙이라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반장을 뽑자고 의결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반장 선출인데, 당연히 뭐 생기는 것 없는 발품만 들이는 그런 자리이다.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하니 학창 시절 반장 한 번 못해봤는데 이제라도 한번 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는 거였다. 내가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기업의 괜찮은 자리에 있는데, 이 참에 내가 한번 반장을 해봐? 하는 욕심이 생긴 거였다. 그렇게 해서 나가게 된 선거의 상대방은 당시에 반장을 도맡아하던 친구였다. 일단 시작하니 괜시리 경쟁심도 생기고 초등학교 시절 중간만 하던 열등감을 이기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거였다. 일단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선거운동이 시작된 거였다. 처음에 통화는 그냥 안부를 묻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나하고의 친밀한 정도만 전화를 돌리면 되지 않나 싶었다. 근데 이것도 선거라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상대방은 벌써 번개 모임 등을 통해 친밀도 그 이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거의 결과는 참패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패배의 원인은 이러했다. 상대방은 영업을 하는 친구라 동창회 등 각종 지역 모임에 적극적으로 해서 인맥을 넓히는 것이 목적인 친구였다. 생존을 위한 선거에 지는 것은 당연했다. 생각해 보면 아쉬운 것도 있지만 내가 선거에 지는 편이 나았다. 그런 것이 목적인 친구인 만큼 모임을 적극적으로 잘 이끌어 가고 있다. 아마 내가 했다면 이렇게 성황리에 모임을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마도 뭇 선거가 이렇지 않을까 싶다. 절박하고 신념이 투철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나오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회의장에서 독서, 잡담, 스마트폰 등으로 회의를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동창회 선거도 모임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을 현명하게 뽑듯이 우리 국민도 늘 똑똑해지자. 똑똑한 국민 앞에 선거도 똑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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