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말씀이 여기 있다
태초에 말씀이 여기 있다
  • 현대일보
  • 승인 2019.05.29 17:41
  • icon 조회수 1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림

△(사)고양시문인협회 회장 

△계간‘ 문학과의식’운영위원장 

△시집=‘봉숭아꽃과 아주까리’,

   상형문자로 걷다’,‘허름한 개’,

    찔레꽃을 올리다’등

 

뼈대가 서고  

살이 붙고  

피가 돌았다 

지체가 생기고 

날개가 돋았다 

말씀은 후미진 곳까지 걸어갔고 

진창길에도 과감히 찾아갔다 

어둠이 밝게 깨어나고 

음습은 보송하게 마르고 

슬픔은 기쁨 되고 

모름은 앎이 되었다 

말은 억울의 그물을 벗겨주었고 

참된 길을 일러주었다 

태초의 말씀이 여기 있다 

무수한 밟힘에도 살포시 일어서는 풀과 같이 

여기 말씀이 있다 

밟히고 또 밟혀 상처가 더께로 앉아도 

빛이고  

길이고 

생명이고 

진리인 것을 알기에 

멈춤 없이 굳건한 활자로 서리라 

빵으로만 살 수 없는 세상 

무수한 빛 가운데 보이지 않는 빛에 이끌려  

걷지 아니하고 

칠흑의 어둠 한 가운데 한 줄기 빛으로 

바로 서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