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림
뼈대가 서고
살이 붙고 피가 돌았다 지체가 생기고 날개가 돋았다 말씀은 후미진 곳까지 걸어갔고 진창길에도 과감히 찾아갔다어둠이 밝게 깨어나고
음습은 보송하게 마르고 슬픔은 기쁨 되고 모름은 앎이 되었다 말은 억울의 그물을 벗겨주었고 참된 길을 일러주었다태초의 말씀이 여기 있다
무수한 밟힘에도 살포시 일어서는 풀과 같이
여기 말씀이 있다 밟히고 또 밟혀 상처가 더께로 앉아도 빛이고 길이고 생명이고 진리인 것을 알기에 멈춤 없이 굳건한 활자로 서리라빵으로만 살 수 없는 세상
무수한 빛 가운데 보이지 않는 빛에 이끌려 걷지 아니하고 칠흑의 어둠 한 가운데 한 줄기 빛으로 바로 서리라저작권자 © 현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