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말과 행복 (1)
[현대일보 칼럼] 말과 행복 (1)
  • 이상철
  • 승인 2018.11.11 16:35
  • icon 조회수 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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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빵과 말

인간은 빵(bread)만 먹고는 살 수 없다. 빵과 동시에 말(talk)도 먹어야 산다. 빵이 육체의 양식이라면 말은 마음(mind)의 양식이다. 육체와 마음이 하나인 것 같이  빵과 말도 하나다. 그래서 먹으면서 말할  때 가장 행복하다. 

인생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태어날 때 첫 소리는 울음이다. 울음에 이어 말의 전 단계로서 옹알이를 한다. 옹알이를 한 뒤에 처음 하는말은 엄마다. 어린 아이는 첫 돌이 지나면 말을 하기 시작해 세 돌이 지나면 말귀를 알아듣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때 부모가 가정에서 부정적인 말을 하면 어린 자녀도 부정적인 말을 하면서 성장한다.

세 살쩍 버릇이 여든 살 까지 간다고 한다. 세살 때 부모나 조부모로 부터 듣는 칭찬의 말은 평생 자녀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증조할아버지는 내가 4살(만3살)때 돌아 가셨고 8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그런데 증조할아버지의 칭찬의 말 한 마디가 내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고 지금 이순간도 내 귀에 쟁쟁히 들린다. 

나는 1941년 강원도 홍천군 동면 좌운리 하고도“예의 천”에서 태어났다. 내

 

가 어려서 듣기로 원래 주소는 좌운리 1476 번지지만 나의 증조할아버지가 이곳 산골에 들어오셔서 새로 밭과 논을 개간 해 정착하면서 마을이 생겨, 증조할아버지가 이 마을 이름을“예의가 바른 사람들이 산다”고해“예의 천(개울물이 흐르는 마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는 이 동네에서 호랑이 할아버지로 불렸고 이 동네에서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은 우리 집 외에 두, 세집 밖에 없었고 나머지 집들은 화전민으로 쌀 구경을 하기가 어려웠다. 

쌀을 얻기 위해 가을이 되면 집 앞에 있는 논에서 벼단을 안마당으로 날라다 도리깨로 떠는데 일부 쌀알이 축축 한 땅에 배겨있었다.  이 배겨있는 쌀알을 나는 나무 꼬챙이로 꼬집어 내고 있었다. 

이때 사랑방 문으로 내다 보시 던 증조할아버지는 “상철은 이담에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극찬을 해 주셨다. 나는 지금도 쌀알을 볼 때 마다 증조할아버지의 생각이 절로 난다. 

우리 사회는 칭찬이나 좋은 말에 인색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비교하고 경쟁하고 이기는 법만 가르쳤기 때문이다. 칭찬도 아이가 자발적으로 좋아서 하는 것을 해야 한다. 부모나 다른 사람이 시킨 것을 칭찬하면 우월감과 경쟁심만을 키워준다. 

인간은 300에서 500가지의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부모나 다른 사람이 할 일은 아이가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칭찬해야 한다. 나는 세 살 때 증조할아버지가 내가 좋아 자발적으로 하는 아주 작은 일에 칭찬을 해 주신대로 살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대학 교수직을 택한 것도 내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교수직이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면 된다.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은퇴를 한 후에도 나의 하는 일은 똑같다. 전공을 커뷰니케이션 학에서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으로 바꾼 것 외에는 책 읽고, 글 쓰고 때로는 강연(행복에 관한 것)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는 어느 조직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교회를 50년 넘게 다니지만 “자유인”으로 신앙생활을 한다. 교회에서 예배와 교우간의 자유로운 교제는 적극 참여한다. 

하지만 어느 부서의 직책을 맞는 것은 사양한다.어느 조직에 억매이면 자유와 창작활동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의 병은 70%가 심리적인데서 온다. 위약효과(placebo effect, 플러시보)란 자신이 먹는 약이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이라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먹으면 병이 치유되는 것을 말한다. 심리적인 현상 때문이다. 

그 반대로 노시보효과(nocebo effect)는 효과가 있는 약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먹으면 효과가 약하게 작용하거나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다음주에 계속>

◇ 필자

이상철

중앙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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