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소로와 월든 (5)
[현대일보 칼럼]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소로와 월든 (5)
  • 이상철
  • 승인 2018.10.14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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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는 1845년 3월 말경 이웃으로부터 도끼를 빌려 윌든 호수 가에 오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소로는 동물이나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손으로 이 오두막을 지었다. 

소로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마루 판자를 깔고 지붕을 올리면서 오두막으로 이사를 했다. 소로는 자신이 소유한 보트와 여름에 가끔 나들이를 할 때 사용한 천막(tent)를 제외하면 이 오두막이 자신이 소유한 최초의 집이라고 했다.       

소로는 이 오두막을 짓는데 마루판자(8.02달러), 지붕자재(4.00달러), 유리가 있는 중고 창문(2.43달러), 1천개의 낡은 벽돌(4.00달러), 못(3.90달러), 교통비(1.40달러)와 기타 자재 값을 포함해 모두 28.12달러가 들었다고 그 내역을 소상이 밝혔다. 그리고 그는 대부분의 자재들을 자신의 등에다 지고 운반했다고 했다. 

소로는 오두막을 짓는데 든 비용(28.12달러)은 케임브리지 대학 학생의 1년 기숙사비(30달러)보다 오히려 저렴하다고 했다. 그리고 콩코드 마을의 집들은 보통 800달러를 호가하는데 이런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보통 노동자들이 10년에서 15년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보통 노동자들의 일당은 1달러라고 했다.      

월든은 소로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월든은 소로에게 글쓰기의 예술 (art of writing)과 삶의 예술(art of living)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했다.  

글쓰기와 삶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에리히 프롬의 말과 같이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로는 월든에서 그가 생전에 출간한 두 권의 책에 관한 초고(draft)를 마쳤다. 월든에서 이년 을 살면서 소로는 매일 4시간을 자연의 숲속을 걸었고 4시간은 독서와 글을 쓰는데 보냈다. 

소로는 자연은 거의 모든 것을 치유할 뿐 아니라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라고 했다. 그리고 소로에게 자연에서 걷는 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라고 했다.  

그리고 월든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 관한 수필을 발간하게 한 계기가 되게 했다. 이로 인해 월든은 매년 60만 명 이상의 영적이고 정신적인 순례자들이 세계 각처로부터 모여든다. 평생 무소유의 삶을 산 우리의 법정스님도 월든을 세 차례나 방문했다.

소로가 월든의 호수 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게 된 이유는 거의 어떤 장애도 받지 않고 사적인 업무를 수행해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콩코드 마을에서는 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하기 위한 기회가 없다고 느낀 소로는 실천적 초월주의자들이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인 영적인 탐험(spiritual exploration)을 위해 윌든에서 살았다고 했다.

소로는 월든에서 영적인 탐험을 하기 위해 숲에서 비천하고 세속적인 삶을 살면서 오로지 자연과의 관계에 전념했다고 했다. 소로는 월든을 통해 미리 정해진 삶(pre-determined life) 그 이상을 살수 있다고 했다. 소로는 고독을 위해 월든에서 살았지만 몸은 혼자지만 영적으로는 자유롭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고 했다.   

소로가 콩코드 마을을 떠나 월든 숲속으로 간 것은 마을 사람들이  가장 높은 필요와 열망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조용히 필사적이고 자포자기적인 삶을 사는 인간집단(mass of men)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말하자면 소로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같이 필사적(desperate)이고 자포자기적인 삶을 살기보다 의도적인(deliberate)삶을 살기를 원했기 때문에 월든으로 갔다고 했다. 

소로는 일관되게 이웃 사람들의 삶을 자포자기(desperation)라고 했고 자신의 삶을 의도적이라고 했다. 소로가 월든 숲 속으로 들어가 산 또 다른 이유는 의도적인 삶을 사는데 아주 본질적인 것이 무엇이며 마침 죽음에 이르렀을 때 자신이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소로는 월든에서 모든 기억할만한 사건은 아침에 일어나고 아침 같은 분위기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자포자기적인 삶을 사는 인간집단의 사람들은 맹목적인 성공과 욕심 때문에 자신을 일의 노예로 만드는데 이런 삶은 주인에게 구속당한 채 일만 하며 사는 노예의 삶과 같다고 했다. 소로는 사람들이 일에 얽매여 일만하고 일의 노예가 되는 것은 물질에 대한 욕심과 허영심 때문이라고 했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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