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나의 결혼, 나의 행복(1)
[현대일보 칼럼 ]나의 결혼, 나의 행복(1)
  • 이상철
  • 승인 2018.07.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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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도 때가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들에 피는 백합화도 짝 짓기을 위한 때가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짝 짓기를 위한 때가 있는 것 같이 땅에 사는 인간이란 동물도 짝 짓기 즉, 결혼을 위한 때가 있게 마련이다.

나의 부친은 1921년에 태어났고 나는 1941년에 태어났으니까 나의 부친은 결혼을 1940년 19세에 했을 것이다. 생존하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조지 H.W.부시와 지미 카터는 같은 해인 1924년에 태어났다.

다만 부시가 4개월 먼저(6.12) 태어났기 때문에 부시는 94세가 됐고 카터는 금년 10월1일이면 94세가 된다.

부시는 1945년 20세에 결혼을 했고 카터는 21세에 결혼을 했다. 이는 1920년을 전후해 태어난 세대는 20세를 전후해 결혼을 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나같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41년에 태어났거나 1940년을 전후 해 태어난 세대는 보통 몇 살에 결혼을 했을까? 나의 경험과 몇 가지 사실을 놓고 볼 때 내 세대 결혼의 때는 20년 마다 10년 쯤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

즉, 1920년 대 출생한 나의 전 세대가 보통 20세를 전후 해 결혼을 했다면 나 같이 1940년대를 전후한 세대의 보통 결혼연령은 30세 전후였다.

다시 말해 나의 나이 또래 친구들은 거의가 20대 후반부터 30세 가 되면 거의결혼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결혼의 때이고 내가 결혼할 때는 아니었다. 30세가 넘으니까 주위에서는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묻고 걱정을 하는 것이 예사였다. 나는 그때 대기만성이란 말로 답을 했다.

내가 대기만성이라고 말한 것은 나는 결혼에 앞서 성취해야 할 명확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33세 때인 1974년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저널리즘과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5년만인 1979년 학위(석사, 박사)를 끝냈다.

내 나이 38세였다. 드디어 결혼을 할 나의 때를 그곳에서 맞게 됐다. 학위를 끝낸 지 몇 개월 후 38세에 김해옥과 결혼을 했다.

그곳에서 결혼을 한 후 2년 후인 1981년 한국에 와서 40세에 아들을 낳았다. 지난 3월 대학동기 모임(17 법우회)이 있었다. 우리 동문이 대학을 졸업한지 52년이 됐다.

1966년 대학졸업동문들이 이 모임을 시작한지도 30년이 넘는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만났으나 언제부턴가 3개월에 한번 씩 만난다.

참석 인원도 초기에는 15명을 넘었으나 지금은 10명 정도다.

이날 식사 모임이 끝난 후 귀가 길에 우연히 김모 동문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게 됐다. 김모 동문과 보다 가깝고 친하게 된 것은 내가 대학교수로 재직 중 그의 딸을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가르쳤고 지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귀가도중 그와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도중 그는 외 손주가 둘이 있는데 큰 아이는 대학에 다니고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3살 된 나의 손녀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결혼이 얼마나 늦었는지 실감했다. 한편 아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2014년 지금 세대로는 적절한 나이인 33세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6년에 딸을 낳았다. 귀엽고 예쁜 손녀가 있으니 우리 부부(할머니, 할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나의 아들도 이제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하는 30대 후반이 됐다.

그런데 나의 아들 세대 즉, 1981년에 태어났거나 1980년대 전후에 태어난 세대는 결혼을 하기가 참 어려운 세대가 됐다.

나의 아들 친구뿐 아니라 내 친구나 친지들 가운데도 30대 후반 또는 40세가 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 처녀들이 의외로 많다.

그 이유는 사회적, 경제적인 변화가 개인적인 가치관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만혼(나이에 관계없이 때와 인연이 맞으면 결혼)과 비혼(결혼을 하지 않음)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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