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난제 '포천 사격장'
<지역이슈> 난제 '포천 사격장'
  • 박진우
  • 승인 200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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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사격장 7곳 1000만평 달해 피해보상·대책싸고 ‘끝없는 민원’

“군산은 소규모사격장 이전에도 3300억 지원 했는데…
  포천시민들 인내심도 이젠 한계… 특단의 조치 바라”

포천 관내 군부대사격장 주변지역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마련이 더딘 가운데 지역주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사업들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인내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중 가장 심각한 지역은 영중면이다. 1950년부터 국내최대의 미군전용훈련장으로 사용돼온 영평사격장의 주변지역이면서도 피해보상은커녕 각종 쓰레기 처리시설 밀집지역으로 몰락한 이곳에 최근 시와 정부가 또다시 신규 폐기물처리시설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것이다.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인지.....”
미군헬기·탱크·박격포사격 등 대규모 사격훈련과 각종 법적규제로 황량해진 마을, 삼삼오오 모인 영중면 주민들은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도 오랜 습관처럼 화를 참기위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한 주민은 “집 주변에서 밤낮으로 벌어지는 각종 사격훈련의 피해를 견뎌왔다. 국가를 위한 일이니까 각종규제도 당연히 받아들였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60여년을 참다보니 마을은 분뇨처리장, 축산폐수공공처리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등 다른 지역에서 꺼리는 혐오시설로 가득 찼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한편 1970년대 말부터 국군탱크·공용화기 전용훈련장으로 조성된 이동면 연곡리의 원평사격장은 군당국이 방음벽 설치를 올해 다시 밀어붙이려다 주민들을 자극했다.
방음벽 설치는 2007년부터 훈련장 이전문제를 놓고 주민과 군이 팽팽이 맞서면서 멈췄던 탱크 포사격훈련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므로 목숨을 걸고 반대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의지다. 
김병현 반대추진위 대책위원장은 “최근 군당국이 장기계획대로 방음벽을 설치하겠다고 하는 걸 주민들이 온몸으로 막았다”면서 “승진훈련장 내부나 옆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논의 됐는데 시가 난색을 표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포천시는 전체 면적의 28.8%인 224㎢(6,790만평)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고 33.9㎢(1,025만평)에 걸쳐 7개의 대규모 사격장이 있다.
특히 일산 신도시와 맞먹는 면적인 13.52㎢(409만평)의 영평사격장은 주변에 950여 가구 약 2,3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불과 200m거리에 영평초등학교, 900m거리에는 보장초등학교가 있다. 한편 동양최대의 헬기·탱크·전투기사격장인 영북면의 승진훈련장은 19.83㎢(600만평)으로 일산 신도시와 여의도를 합친 면적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포천시는 행정구역상 수도권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수도권 정비계획법, 국가균형발전법,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를 받으며 도시발전의 순위에서 항상 밀리고 있다.
“정부는 미 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새로 선정된 0.1㎢(3.1만평)규모의 직도사격장을 조성하는 대가로 군산시에 3,342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직도는 군산 해안가에서 59km떨어진 무인도입니다. 그런데 마을 한복판에서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는 우리 시의 각종 사격장에는 단 한 번의 보상이나 지원정책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불공평함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 우리 주민들의 인내가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시도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4월 30일 제51회 포천시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장. 29일에 이어 두 번째 시정질의 답변에 나선 서장원 시장에게 시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 시장은 “국방문제는 중앙정부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대책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지난해 4월부터 진행 중인 피해조사 용역을 통해 사격장 주변지역의 피해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토록 건의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공허할 수 밖에 없었다. 
서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피해연구가 너무 더딘데다 3월 3일 내놓은 피해조사 중간발표 결과도 주민 자체조사보다 낮아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영평사격장대책위 최은성 대표는 “지금까지 소음 최고기록은 대진대 연구진이 측정한 103dB이었는데 용역팀이 1년 동안 조사했다는 결과는 70dB에 불과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이 한창인 3월 16일 새벽만 해도 야간사격훈련 소음은 80dB를 훌쩍 넘겼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피해조사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주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포천시의회 군부대 사격장 피해대책 특별위원회 이병욱 위원장은 “분단 상황에서 안보는 제1의 가치다. 문제는 안보라는 혜택은 전 국민이 누리는 반면, 그것을 위한 희생은 특정지역에 집중된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러한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관점에서 피해지역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무리 적법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누군가 희생한다면 혜택을 본 사람들이 이를 갚아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격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리 지역에 특혜를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단지 수십년간 감수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감수할 희생에 대해서 그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pjw@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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