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스승과 제자, 그리고 행복 (2)
[현대일보 칼럼] 스승과 제자, 그리고 행복 (2)
  • 이상철
  • 승인 2018.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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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 군의 “그 식당이 아직도 있나요”란 말을 듣고 문득 우리교회 목사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설교를 보통 유머로 시작하는데 한번은 이런 말을 한 것이 문득 떠올랐다.  석사위에 박사가 있고, 박사위에 밥사(밥을 사는 사람 또는 밥을 사는 것)가 있고 밥사위에 감사가 있고 감사위에 봉사가 있다고 하면서 설교를 시작했다.
박 군의“그 식당이 아직 거기 있나요?”라는 말과 박사위에 밥사가 있다고 한 목사의 말을 동시에 생각하는 순간 나의 스승과 나의 제자에 관한 경험과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한국서 대학원에 다닐 때 한 스승이(교수) 제자들을 만날 때 마다 밥을 산 것이 아니라 밥을 얻어먹은 이야기만 되풀이 해 듣기 싫었고 민망했다. 그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과 제자들로부터 밥을 얻어먹을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
이후로 나는 가능하면 밥을 얻어먹는 스승이 아니라 밥을 사는 스승이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 했다.
그리고 박 군의 말을 듣는 순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란 학문적인 관계와 전수를 넘어, 1대1로 만나 얼마나 자주 함께  먹고 마시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스승(가능하면)이 밥을 사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 교회 목사의 말 가운데 밥사 위에 감사가 있고, 감사위에 봉사가 있다고 한 것은 단순한 유머라기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가치관에 속한다고 생각됐다. 항상 감사하라, 쉬지 말고 감사하라, 매사에 감사하란 말은 단순한 성경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매일 일상생활에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얼굴에 빛이 나게 되고 행복해 진다. 행복해 지면 성공도 하고 기적도 일어난다.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적어도 100번 이상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미국서 살 동안 가장 신선하고 기분 좋게 느꼈던 것은 싫지만 감사한다(no, thanks)란 말이었다. 무엇을 거절할 때도 그냥 아니요, 싫어 요가  아니라, 싫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봉사는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에서 최고의 가치관에 속한다. 예수가 12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긴 사건은 봉사가 최고의 가치관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봉사는 비단 기독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 그리고 일반 세속적인 삶 가운데서도 최고의 가치관에 속한다.
미국의 “자원봉사” 비율(72%)이 세계 모든 나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생을 가장 보람 있게 보낸다(the best use of life)는 것은 결국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한국에서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하버드 의대를 나오고 동양인 최초로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 대학총장을 거쳐 세계은행총재가 된 김용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무엇이 되고자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다만 봉사와 헌신에 삶의 가치를 두고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했다.
3. 나의 스승
스승과 멘토르(mentor)는 유사하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 멘토르는 원래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그리스의 이타이카 왕국에 오디세우스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트로이(Troy)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며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보살펴 달라고 친구에게 맡긴다. 그 친구 이름이 멘토르 였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 까지 텔레마코스에게 왕궁의 예의범절과, 역사, 수학, 상식 등을 가르치며 정성을 다해 텔레마코스를 교육시켰다. 멘토르는 왕의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훌륭한 지원자 적이고 보호자 적인 조언을 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멘토르는 믿을 만하고 현명한 조언자를 말 한다. 훌륭한 멘토르는 우정(friendship)과 지원(support)의 덕목을 겸비한 사람을 말한다. 지원이 없는 지식은 공허하고, 우정이 없는  조언은 냉담하게 느껴진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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