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행복 (3)
[현대일보 칼럼]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행복 (3)
  • 이상철
  • 승인 2018.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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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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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메달과 행복
메달을 따면 행복한가 아니면 행복하면 메달을 따는가?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메달을 따면 행복할 것 같지만 행복하면 메달을 딸 확률이 더 높다.
위대한 선수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이유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감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보고 더욱 분발하기 때문이다.
행복하면 실패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감정을 잃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메달 색깔이 아니라 메달자체에 만족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메달 자체보다 메달 색깔을 선호하고 이에 더 만족한다.
행복의 90%는 성공이나 실패와 같은 상황(10%)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 하느냐에 있다.   
이번 평창대회에서 브라이언 오서(57, 캐나다)코치는 관중  들로 부터 남다른 주목과 부러움을 샀다. 그가 지도한 제자들이 동계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2
010년 밴쿠버에서는 한국의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고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에서는 하뉴 유즈루(일본)가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유즈루는 평창서 66년 만에 피겨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오서 코치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선수는 준비와 즐길 줄 알아야 하고 코치는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하며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있다고 했다.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메달에 구애받지 말고 행복한 감정을 가지고 자신이 준비한 능력과 잠재력을 100% 발휘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운의 은메달이란 말이 있다. 한 예로 평창대회에서 미국 여자아이스 학키 팀이 올림픽 5연패를 노리던 라이벌 캐나다를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
메달 시상식에서 은메달에 머문 캐나다 선수들은 모두가 어둡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증명하듯 캐나다 팀의 한 선수가 시상식 도중 목에건 은메달을 벗어버려 논란이 됐다.
캐나다 선수들은 울음을 터트리는 등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들어냈다. 한 선수가 목에 은메달을 걸자마자 곧 바로 벗어 손에 든 것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비난이 일자 그 선수는 다음 날 올림픽 위원회에 공식사과를 했다. 타임은 이를 두고 은메달은 어떤 선수들에게는 자부심으로 빛나는 메달이지만 캐나다 선수에게는 의미가 없는 듯 하다고 했다.
실증적인 연구를 보아도 메달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행복해 보인다. 동메달 수상자는 자신과 4위를 비교한다.
자칫하면 메달을 따지 못할 번했다며 안도감을 갖는다. 반면 은메달 수상자는 자신과 1위 차이에 집중한다. 조금 더 노력을 했더라면 아니 조금 더 운이 따랐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경기가 막 끝났을 때, 메달을 받을 때 그리고 시상대에서 포즈를 취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분석했다. 금메달 수상자는 결승전이 끝나는 순간 바로 웃음을 지었다.
동메달 수상자도 바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은메달 수상자 가운데 경기가 끝나고 웃는 얼굴을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은메달 수상자의 표정으로 본 감정 상태는 슬픔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모욕이었다. 은메달 수상자는 금메달 수상자보다 덜 행복한 정도가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보였다고 했다.
은메달 수상자도 시상대에서 대부분 미소를 짓기는 했다. 문제는 미소의 성격이었다. 금메달과 동메달 수상자는 진정한 미소(뒤센스마일)를 지었지만 은메달 수상자는 마지못해 웃는 가짜미소(팬 아메리칸 스마일)를 지었다.
한국은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 8개(금5, 동4)를 땄다. 그런데 한국 은메달리스트들은 다 같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이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최국으로서 메달 색깔에 연연하는 대신 최선을 다한데 대한 자부심도 작용했다.
또 다른 이유는 종전대회 까지는 모두 3개 종목(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에서 메달을 따는데 그쳤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과거 보다 다른 3종목(컬링, 썰매, 스노보드)에서 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한국의 선수들이 역대 올림픽 사상 최초로 3종목에서 딴 메달은 색깔에 관계없이 선수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에 모두 마음껏 웃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컬링 신드롬을 일으킨 우리 여자 선수들은 “우리나라에 컬링을  알리게 돼 행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노보드 이상호와 봅슬레이 4인조가 같은 날 각각 은메달을 따자 이는 “꿈같은 일”이고 “성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하면서 선수들과 관중은 모두 함께 웃고 환호하며 만족 해 했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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