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가정과 행복 (1)
[현대일보 칼럼] 가정과 행복 (1)
  • 이상철
  • 승인 2017.10.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가정의 파괴
미국서 신도수가 가장 많은 레이크우드 교회(5만 명)의 목사이며“긍정의 힘”이란 베스트셀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조엘 오스틴은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협은 테러공격도 아니고 생태계 파괴도 아니고 가정에 대한 파괴라고 했다.
가정의 파괴란 과연 무엇인가? 가정의 핵심은 결혼과 가족이다. 그런데 선진국 일수록 이혼율은 갈수록 높아간다. 결혼한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는 실정이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한 쌍을 이루는 것인데 동성애란 명목으로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짝을 맺는 결혼이 늘고 있고 성전환자들도 늘고 있다.
결혼을 했으면 자녀를 낳아야 비로 서 가족(family)이 되는데 자녀를 두지 않는 부모가 늘고 있다. 그리고 결혼을 아예 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남자와 여자가 늘고 있다.
한국의 가정에 대한 파괴도 예외가 아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대리만족과 경쟁심 때문에 아이들이 불행해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부모의 권위의식과 과욕으로 싸움과 폭력이 있는 가정,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된 가정, 무관심하고 소외된 가정도 늘고 있다. 
진정한 가정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이다. 미국의 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의 부인이며 국무장관을 역임했고 2016년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전(일반투표에서는 3백만 표 차이로 트럼프에 앞섰으나 승자독식에 의한 선거인단 표에서 패함)한 힐러리 클린턴은 1975년 빌 과 결혼을 했다.
힐러리는 결혼당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를 낳기를 원했다. 하지만 가임병원(fertility clinic)을 찾는 등 꾸준한 노력 끝에 1979년에야 딸인 첼시아를 낳아 비로 서 가족을 이루고 살 수 있었다고 했다. 힐러리는 딸인 첼시아가 4살 때 어느 여름 날 유난히 추워 스웨터를 입으라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는 춥지 않아. 엄마는 추울지 모르지만 나는 온도계가 달라(I have a different thermometer)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힐러리는 딸이 엄마의 모성본능의 걱정지수가 도를 넘을 때 분명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라고 딸의 말을 존중했다.
힐러리는 아이들의 건전한 양육과 성장을 위해서 가정을 부부와 자녀로 된 핵가족을 넘어 조부모, 이웃, 선생, 목사, 정치지도자, 그 외 모든 성인을 포함하는 확대가족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면서 성인 모두는 모든 아이의 인생(every child's life)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마을은 가족의 생생한 연장이라고 했다.
나는 1941년 강원도 홍천의 어느 외딴 마을에서 태어났다. 차도가 없어 차를 타려면 홍천읍까지 50리(12.6km)를 걸어야 했다. 이 마을은 예의 천이라 불리는데 내가 듣기로는 나의 증조할아버지께서 이 산골마을에 들어 오셔서 개간을 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예의 천(마을과 마을 사이에 개천이 있음)으로 했다고 들었다.
나의 증조할아버지는 해방되던 해인 1945년에 돌아 가셨고 할아버지는 1949년에 돌아 가셨다. 말하자면 내가 4살 때 증조할아버지가 돌아 가셨고 할아버지는 8살 때 돌아 가셨다.
그런데 증조할아버지는 지금도 생생이 기억하고 나에게 지금까지도 영감을 주고 있지만 할아버지 기억은 희미하다. 내가 태어날 때 우리 집은 이 마을에서 가장 번듯한 초가집이었고 벼농사를 짓는 몇 안 되는 확대가정이었다.
가을이 되면 논에서 벼 단을 지게로 날라다 안마당에서 도리깨로 타작을 해야 쌀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안마당이 축축해 쌀알이 흙속에 배기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축축한 흙에 배긴 쌀알 하나하나를 꼬챙이로 끄집어내고 있었다.
때 마침 사랑방에 앉아 이를 목격한 증조할아버지는 4살 먹은 나에게 너는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증조할아버지의 칭찬과 격려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며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나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가정은 인류문명과 문화 발전의 모태이고 삶의 원형이다. 이와 관련해 1989년 제44차 유엔총회는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기릴 목적으로 1994년을 세계가정의 해로 정했다. 이와 동시에 5월15일을 세계가정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가정기본법에 의해 2004년부터 5월15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지켜오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날 뿐 아니라 가정과 연관된 어린이 날(5.5), 어버이 날(5.8) 그리고 부부의 날(5.21)이기도 하다.
그러면 가정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정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문명과 문화도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선(charity)도 자유와 같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세상에 가정과 같은 곳은 없다. 책이 없는 가정은 창문이 없는 집과 같다. 가정은 사랑과 환희(joy) 그리고 풍요가 넘치는 곳(resort)이다.  <다음주에 계속>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