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좋은 쌀을 주세요
이왕이면 좋은 쌀을 주세요
  • 김정현
  • 승인 201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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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풍습 중 하나는 이웃과 나눠 먹기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아파트란 괴물이 생기기 전 불과 40여년 전만해도 어른의 생신 날이나, 아이 돐,집안 애 경사, 그리고 명절날에 이웃 사람들을 불러서 음식을 같이 먹거나 나눠주면서 함께 어울렸던 아름다운 풍습이있었다. 사회가 발전하고 핵 가족화 되면서 이러한 풍습은 줄어들고, 도시 빈민들을 위한 기업이나 단체의 대량 지원이 대세가됐다.
추석이 다가오자 성남시도 어김없이 불우한 이웃과 함께 명절을 지내자며 각계각층에서 후원 물품들이 많이 들어 오고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홀로사는 노인이나 부모 결손 가정,그리고 도움이 절실한 취약 계층의 입장에서 정성이 가득 담긴 쌀 한포대는 무척 반갑고 생활에 도움이 된다.
26일, 성남시청 앞 마당에는 모 재단에서 보내 온 쌀이 가득 쌓이고, 이를 각 동에서 차량으로 운반해 취약 계층에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다. 좋은 일이어서 많은 매스컴에서 이를 보도를 했다. 그러나 근래들어 쌀을 받은 어르신들의 불평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맙긴 한데 밥 맛이 없다’는것이다. 즉 쌀의 품종이 낮거나 생산 기간이 조금 지나서 밥을 지어도 맛이 안난다는 불평이다.
은행 앞 노상에서 박스를 펴고 채소를 팔아 손자와 단 둘이 살고있는 이모(78세)할머니는 “연말 연시나 추석에 동 사무소에서 주는 쌀이 무척 반갑기는한데 이 쌀로 지은 밥을 손자 녀석이 먹기 싫어한다. 밥이 찰기가 없어 푸석하고 하루만 지나도 변색이되어 찹쌀을 섞거나 떡을 뽑아서 먹고있다”고 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26일 나눠준 쌀은 4,513포대이며, 가격으로는 7,200만원 상당이다. 이를 나누면 10kg 당 1만6천원 꼴이며 80kg 한 가마로 환산하면 12만 8천원이다.
물건 값이 싸다는 인터넷 판매 업체 옥션과 이마트 몰에 들어가보니, 2016년 산 김포 고시히카리쌀이 10kg으로 환산해서 2만 3,650원이며, 강화섬 햇쌀은 2만5천원에서 2만7천원, 화천 오대쌀은 3만2,450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전남지역 쌀값은 2만1,000원정도이고, 가장 값이 싼 홍천철원물류센터에서 판매하는 쌀은 1만8,750원에 팔고 있다.  가격으로 비교해서 1만6천원 짜리 쌀로 지은 밥맛이 당연히 맛이 없을수밖에 없다. 물론 대량으로 구입해서 할인 가격에 구매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화천오대쌀의 절반값이다.   
차상위계층이나 홀로 사는 분들이 먹는 식사에 맛있는 반찬이 있을리 없을 터인데, 밥 맛이라도 있어야 더욱 고마울것이 아닌가 ? 후원자들이 일부러 분량을 부풀리기 위해서 값싼 쌀을 고르진 않았을 터이지만, 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공직자들이 조금 더 수고해서, 미곡상이나 관계자들에게‘이왕이면 좋은 쌀을 보내주세요’라고 요청해준다면,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행복해 질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 필자

김정현
<성남주재·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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