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즐거움과 행복 (2)
[현대일보 칼럼] 즐거움과 행복 (2)
  • 이상철
  • 승인 201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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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즐거움과 기쁨
모든 것을 천천히 하고 인생을 즐기라는 말(slow down & enjoy your life)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모든 것을 빨리하고 인생을 즐기는 방향이 아니라 경쟁만 하는 살벌하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구글이 오늘날 세계적인 회사로 성공한 것은 모든 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는 동안 모든 것을 천천히 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이 즐겁고 여유가 있으면 경쟁이 아니라 창조(creativity)에 의해 성공을 하기 때문에 경쟁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빌 게이츠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것도 경쟁이 아니라 윈도우 같은 새로운 것을 창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크게 성공을 하려면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자기가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 동양인 최초일 뿐 아니라 미국의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최초로 세계은행총재가 된 한국계 미국인 김용(1959년 서울서 출생)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성공하고 출세하기위한 진로계획을 세운일이 없으며 단지 일을 열심히 하고 이를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행복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추구하는 작은 기쁨(pleasure)과 즐거움(enjoyment)에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 두 번에서 세 번의 식사를 한다. 식사의 종류나 질에 관계없이 먹으면서 기쁨이나 즐거움을 맛보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식사를 할 때 누구나 기본적으로 느끼는 것은 기쁨이다. 기쁨은 생물학적인 필요(biological needs)를 만족시켜 주고 육감적(sensual)인 것이다. 기쁨은 먹는 것 외에도 텔레비전을 본다든가 향수의 냄새를 맡는 것과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미식가(gourmet)적인 식견과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음식을 음미하고 천천히 집중하면서 먹으면 즐길 수    있다.   
즐거움은 원래 기쁨과 달리 노력(effort)과 지식(knowledge)이 필요하다. 인생(life)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란 말이 있다. 인생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에리히 프롬의 말과 같이 노력과 지식이 필요하다.
이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노력과 지식이 없이도 얻어질 수 있는 기쁨도 필요하지만 노력과 지식이 있어야 얻어질 수 있는 즐거움도 못지않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노력과 지식 외에 목적도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목적이 인생을 즐겁게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운동경기에서 우승을 했을 때 오는 행복감은 순간적인 쾌감일 뿐 즐거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복권에 당첨됐을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목적이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목적이라야 한다. 이런 목적에는 독서와 자원봉사,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 그리고 주는 것 등이 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언제나 배우는데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내 인생의 모든 면에서 볼 때 받을 때 보다 줄 때 보다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독서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인생에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독서는 지식과 노력뿐 아니라 목적이 분명하고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된다. 독서는 문자해득력과 노력 그리고 시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도 즐길 수 있고 미래의 유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친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 연령계층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보다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청소년들 뿐 아니라 퇴직자들까지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보다 즐거움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친구들 간의 모임은 공통된 목적과 관심 그리고 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놀이(play)가 노동(work)보다 더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노동이 보다 즐겁고 경우에 따라서는 삶에 있어서 가장 즐거울 수 있다. 노동은 분명한 목적이 있고, 피드백이 있고, 보람이 있고, 보상이 있고,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걷기와 등산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서고 마찬가지 일 것이다. 걷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안 받고 장비나 별도의 훈련도 필요 없고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멈췄다가 다시 할 수 도 있다. 걸으면서 사색이나 묵상도 할 수 있다. 
등산이 걷기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등산도 일종의 걷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산이 걷기와 다른 점은 오를 산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과 지형의 제약을 받게 된다. 등산은 단순한 걷기보다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 이유는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환희와 황홀함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런 환희와 황홀함을 맛보가 위해서는 위험이 따르게 된다.
산악인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높은 산에 오르는 이유는 위험과 도전이 크면 클수록 거기로부터 오는 즐거움이 보다 크기 때문이다.
산악인들이 평생에 한번이라도 히말라야 정상을 오르고자 하는 이유는 종교인들이 성지순례를 평생에 한번이라도 가보고 싶은 심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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