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친절과 행복, 일본인의 친절(1)
[현대일보칼럼]친절과 행복, 일본인의 친절(1)
  • 현대일보
  • 승인 201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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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인의 미소
일본문화의 핵심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데 있다. 일본인의 미소는 일종의 에티켓이며 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훈련된다. 따라서 일본인의 미소는 반드시 즐거움이나 기쁨 그리고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도 미소를 짓고 상대방의 요청을 거절할 때도 미소를 짓고 몹시 당황할 때도 미소를 짓는다. 따라서 일본인과 딜(거래)을 할 때는 일본인의 미소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보편적으로 딜을 할 때는 상대방이 미소를 지으면서 반대를 하지 않으면 승낙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일본인은 거절할 때도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기지 않도록 미소를 짓고 면전에서 반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이같이 언제, 어디서나 미소를 짓는 이유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남에게 친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언짢은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되고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social duty)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일본은 2차 대전에서 패한 뒤 7년간 미국의 지배((1945.9.12-1952.4.8)를 받았다. 맥아더가 점령군 총사령관으로 천황 위에서 일본을 통치했다.
일본은 맥아더가 통치할 당시 소위 “맥아더 헌법”으로 알려진 신헌법이 아직도 그대로 유효하다. 메이지 헌법(1868)이후 새로 제정된 맥아더 헌법(1947)의 골자를 보면 천황은 국가의 상징이고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주고, 전쟁을 다시 도발할 수 없도록 공격용 무기를 만들 수 없고 군대를 둘 수 없다(헌법9조). 그래서 일본은 군대가 아니라 자위대다.
요즘 일본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헌법 9조를 개정하려고 하나 반대에 직면해 아직 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일본은 미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는 말을 쓰지 않고 미국 군인이 주둔했다는 말을 쓴다. 
맥아더가 일본을 통치할 당시 이런 일화가 있다. 한 일본인 하녀가 미국인 여주인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남편의 장례식에 다녀와도 되느냐고 물었다.
며칠 후 그 하녀는 조그마한 병에 자기 남편의 재를 담아가지고 돌아와 여주인에게 역시 상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여기 내 남편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극도의 슬픔과 절망감을 가슴에 안고 있으면서도 미소만은 결코 잊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몸과 마음에 밴 오랜 습관과 사회적 의무감 때문이었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미국인 여주인은 혹시 하녀가 정신이상이 있는가 하고 의아해 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1965년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46회에 걸쳐 24개국을 방문했다. 46회 외국 방문가운데 미국이 28번 그리고 일본이 4번으로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나는 미국서 학위논문(박사)이 “67년(1905-1972)간 미국의 4대 일간지에 나타난 미국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실증적으로 조사하는 것(내용분석)이었다.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오직 이해관계만이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67년간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이해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알게 될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알게 된다.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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