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미국서 체험한 친절과 행복(3)
[현대일보칼럼]미국서 체험한 친절과 행복(3)
  • 현대일보
  • 승인 2017.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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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체험한 친절과 행복(3)
어떤 나라가 일류이고 어떤 나라가 이류인가는 그 나라 경찰을 보면 알 수 있다. 엄정한 기강 속에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경찰, 시민에게 불신을 주는 경찰이 아니라 신뢰를 주는 경찰,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경찰이 아니라 시민을 돕는 경찰, 시민에게 불친절한 경찰이 시민에게 친절한 경찰, 이런 경찰이 있는 나라는 예외없이 선진국에 속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영국 시민의 70%가 경찰을 신뢰하고 종교는 37%, 언론은 17%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미국서 여름 방학동안 몇몇 친구들과 드라이브를 하며 미네아폴리스에서 아이오와 주의 디모인 지역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자정이 넘어 외딴 마을에 들어섰는데 마침 휘발유가 바닥이 나 주유소를 찾기 위해 우왕좌왕 했다.
이를 수상이 여긴 경찰이 다가와 연유를 물었다. 휘발유가 바닥이 나 주유소를 찾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자정이 넘어 문을 닫은 근처의 주유소 문을 자신의 열쇠로 열고 들어가 우리 자동차에 휘발유를 채워주고 우리가 낸 돈은 사무실의 작은 금고에 넣고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것이 바로 경찰의 친절과 봉사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나는 미국에서 면허를 땄고 운전을 하는 동안 본의 아니게 교통신호 위반도 했고 골목을 잘못 들어선 적이 있다. 이때 마다 경찰은 딱지를 떼는 대신 다음부터 주의 하라는 말만 해 경찰의 친절과 봉사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서는 교통위반을 하면 무조건 딱지를 떼지만 미국서는 고의성(malice)여부를 보기 때문에 특히 시내에서 경찰이 교통위반 딱지를 때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 살든지 병원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의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명의란 몸의 병뿐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미국서 있을 때 하루는 이가 몹시 아프게 느꼈다. 치과는 미국서도 보험에 해당되지 않는다.
학생 신분으로 돈이 많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의사는 나의 아픈 이 부분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당신은 아주 좋은 이를 갖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인간의 병은 70%가 마음에서 온다고 하듯이 의사의 이 말 한마디가  나의 아프던 이를 말끔히 낫게 했다. 아프던 이를 말끔히 낫게 했을 뿐 아니라 나의 이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줘 지금 까지도 이에 관한한 큰 탈이 없다.
나는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 시험에 합격할 때 까지 5년간은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논문을 쓰는 1년간은 기숙사에서 나와 캠퍼스 근처의 미국 남학생들이 사는 프러터니티(fraternity)에서 살았다. 외국인 학생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한국의 판문점에서 근무했다고 하는 한  건장한 미국인 학생과 친해졌다. 그가 어느 날 나의 방문을 조용히 노크했다. 사연인즉, 자신이 무엇을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너무나 친절한 말에 나도 놀랐다.
나의 고장 난 중고차 생각이 났다. 견인해 가면 돈도 많이 들것 같아 거의 몇 주간 방치된 상태였다. 그래서 고장 난 자동차 얘기를 했다. 그는 내 자동차를 점검해 보더니 간단한 부속하나를 사오라고 했다. 그는 내 자동차를 말끔하게 수리해 줬다. 나는 그의 친절을 평생 잊을 수 없다.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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