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미국서 체험한 친절과 행복(2)
[현대일보칼럼] 미국서 체험한 친절과 행복(2)
  • 현대일보
  • 승인 201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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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씨 가정에 머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자신이 낳은 아이나 입양해서 얻은 아이들이나 똑같이 대한다는 점에서 놀랐다. 다음은 음식문화와 식탁예절에 대해서 배웠다. 음식문화란 이들이 아침 과 저녁에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하는 것이었다. 점심은 백 런치(bag lunch)로 해결했기 때문에 같이 할 기회가 없었다. 식탁예절이란 자기가 선택한 음식은 절대 남겨서는 안 되고 어린 아이들에게 식사기도를 하고 먹도록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호스트 패밀리는 미네아폴리스 근교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멜과 오드리 가정이다. 농장의 크기는 18만평(150에이커)정도로 중소농장에 속했다. 이 가정에는 딸인 베스와 쌍둥이 동생인 코린과 코렛이 있었다. 나는 주말이나 추수감사절 같이 학교가 쉬는 날이면 이 가정에서 보내곤 했다. 나는 어느 주말 이곳 농장을 방문해 신부 될 사람을 멜과 오드리에게 소개 했다. 친절하게도 멜과 오드리는 우리의 결혼을 돕겠다고 했다. 결혼식은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하도록 주선해 주겠다고 했고 리셉션은 자신들 농장의 정원해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우리 결혼은 이들이 사는 락포드 마을에서 처음 있는 “한국인 결혼”이라 이 마을의 관심을 끌어 이 지역신문인 “크로리버뉴스”가 두 장의 큰 사진과 함께 1면 전면을 할애했다. 당시 기사에 실린 우리 결혼 내용을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결혼식의 신부 입장에서 신부의 아버지 대신 이 농장 안주인의 친정  아버지인 랄프 비골키가 신부를 데리고 입장을 했고, 축가는 이 농장 주인의 큰 딸인 베스와 이웃에 사는 이종 사촌인 제니퍼가 플루트 연주를 맡았다. 이 농장 가정은 이웃의 친척 및 친구들과 함께 멀리 한국으로부터 온 신랑과 신부의 결혼 리셉션을 위해 100명을 초대했다. 이날 주제는 노란색이었다. 마당과 정원은 노란 리본으로 장식했고, 케이크도 노란리본으로 장식했고 마실 펀치도 노란색으로 마련했다. 이웃에 사는 안주인 언니가 태극기까지 손수 마련해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면서 소님들을 반겼다. 이날 날씨도 아주 쾌청해 한국에서 온 신랑, 신부를 반겨 줬다. 나는 미국 호스트 패밀리의 친절과 배려로 거의 돈도 들이지 않고 결혼식과 리셉션을 치렀지만 이 세상 어느 누구의 결혼식 못지않게 가장 자유롭고,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평화스럽고, 가장 자랑스럽고, 가장 행복한 결혼식을 치렀다고 자부심을 갖는다.
이날 리셉션에 참가한 100명의 친구들 가운데 평생 잊지 못할 친구가 셋이 있다. 첫째는 짐과 찬순이다. 짐은 내가 미네소타 대학에서 첫 학기에 만난 클래스메이트이다. 짐과 찬순은 한국서 결혼을 하고 나 보다 1년 먼저 미네아폴리스에 정착했다. 이들 부부는 1979년 미국에서 있었던 우리 부부의 약혼식과 결혼식에도 참석했을 뿐 아니라 2014년 서울에서 있었던 우리 아들 “창희‘ 결혼식에도 참석한 평생 친구다. 둘째는 안국신이다. 안국신은 내가 미네소타 대학에서 만난 친구다. 그는 서울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분야는 달랐지만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내가 먼저 나의 모교인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후에 그도 역시 중앙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내가 퇴임 한 후 중앙대학교 총장에 임명 돼 나를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게 했다. 안국신 역시 미국에서 우리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2014년 우리 아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해 평생 잊을 수 없다.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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