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10년 방치된 월미은하레일, 왜?
[현대일보 칼럼]10년 방치된 월미은하레일, 왜?
  • 강훈천
  • 승인 2017.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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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어떤 일도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이유를 찾는 것에 익숙하다.
'세상의 모든 큰 일은 결국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이 철학은 도덕경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 구절에서 교훈을 얻는다.
사람의 성공이 한순간 무너지는 것도 조그만 발단에서 시작된다.  호랑이 눈으로 세상을 보되 소걸음으로 신중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굳이 공직사회에 비유한다면 기강해이로 빚어지는 안전 불감증이다. 요즘 인천시민들은 10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월미모노레일이 곧 개통될 것처럼 보이더니 다시 무산되는 악순환에 분통을 터뜨린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얼마나 안이하고 졸속적이었는지를 실증케 한다.
2008년 착공된 월미은하레일은 인천시가 관광특구인 이곳에  관광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경인전철 종착역인 인천역과 월미도를 잇는 6.1km의 구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무려 853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 2010년 준공됐지만 시험 운행 중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자 가동을 중단했다.
안전사고, 시험운행 차량 충돌을 비롯 차량의 방향을 잡아주는 우레탄 바퀴와 지지대까지 파손되는 사고가 계속됐다.
시행 초에 발생할 수 있는 관례적 시험단계라고  간과하기에는 너무 어이없는 사태였다.
그러나 그 후의 추진과정은 더 큰 논란을 부른다. 6년을 방치해 오던 2015년 2월 월미모노레일 사업을 월미은하레일의 대안으로  인천교통공사와 인천모노레일이 실시협약을 체결했으나 며칠 전 협약 해지로 무산됐다고 한다.  어린아이들 장난도 이런 장난이 없다.
소형 모노레일 선로를 새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창밖에 월미도 전경을 감상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월미도의 역사문화를 스토리텔링화한 가상현실 영상을 차량 내부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도 시도했다, 발상은 그럴듯 했다. 그러나 결국 거창한 레일관광의 청사진은 허구에 그치고 말았다.
애시 당초 월미은하레일 공사는 기술적으로나 안정성에서 첫단추를 잘못 끼었다.
부실공사의 원인은 먼저 전문 레일 경험이 전혀 없는 주택건설회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3개사가 턴키방식으로 수주, 시공하면서다. 사고 발생은 당연히 예견된 일이었다.
정책도 오락가락했다. 2006년 공사계획안에 비용편익비율(B/C) 조사용역 결과 은하레일은 0.60, 노면전차 1.07로 나오자 노면전차를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1년만에 조사용역에서 은하레일 1.19, 노면전차 1.04가 나왔다는 이유에서 모노레일로 정책을 변경했다. 비용편익비율은 1.0 이상일 경우에만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도입과정에도 오락가락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처음 건설 당시 참여 컨소시엄은 월미은하레일에 미국 어버넷(Urbanaut)사의 특허인 Y자형 가이드레일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국내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신기술 지정도 받지 않았다.
정부의 외국도입 건설관리에 대한 유지관리도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인천교통공사의 인천모노레일 협약 해지는 그동안 추진과정을돌아 볼 때 정권말기에 나타나는 공직기강 해이라는 의구심을 불러 안타깝다. 관광특구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모노레일 사업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10년간을 이랬다 저랬다 뒤집기를 밥먹듯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치권에 줄을 대는 등 자리보전과 승진을 위해 '영혼'을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지만 훗날 그 소신의 결기가 국민들의 '희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공직자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이 없다면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이번 모노레일 사업 무산을 두고  "사업자가 사업비 조달계획서와 집행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해 더 이상 사업추진이 어려워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교통공사의 해지 이유다.
그렇다면 왜 그런 회사를 붙밥고 질질 끌어왔다는 건지 상식선에서 궁색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
한편 사업자측은 "교통공사가 월미은하레일의 시설설비 현황을 제 때 제공하지 않는 등 사업추진에 비협조적이었다"며 "그동안 투입된 8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과 민형사상의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들의 몫이 됐다. 시민의 허탈감이 깊어질 뿐이다.
특히 관할 자치구역인 중구 구민들은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는 모노레일 사업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인천교통공사와 인천모노레일은 서로 네탓으로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다. 개통기간을 맞추지 못한 것은 관리감독에나, 협약상 이행을 못한 것에서나 모두가 책임이다. 이제라도 개통 접점을 찾아 그나마 시민의 분노를 다소라도 달래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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