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한진해운 사태 2008년과 닮아 있어
[현대일보칼럼]한진해운 사태 2008년과 닮아 있어
  • 신경환
  • 승인 2016.10.13 11:37
  • icon 조회수 10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은 현재 물류 대란이라고 부를 만큼 한진해운 사태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무역 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 해운업도 빠르게 성장을 거듭해 왔다. 또한 냉전이 끝나고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만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해운업은 전망이 좋은 미래 산업 중 하나였다. 더 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기항할 수 없는 항구나 통항할 수 없는 해역은 없다.
물류 산업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분야다. 커지면 커질수록 경비를 낮추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려면 규모 자체가 거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일단 먼저 물류 시스템을 완비하고 시장을 선점한다면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존 업체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기존 물동량을 경쟁을 통해 빼앗아 와야 하는데 기존에 선점해 있는 업체보다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더 낮은 가격으로 화물을 유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해운업은 막대한 규모를 갖춰야 하고 공격적으로 시장 확장을 지속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더 이상의 경쟁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마진을 적게 가져가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사실 한국은 이런 스타일의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과거 포항제철을 시작으로 한 정부 주도의 중화학공업육성은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제철은 물론 조선, 화학, 제지 및 반도체까지 수익성이 낮지만 정책적인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진해운 사태는 기존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먼저 정부가 먼저 나서서 ‘국적해운사가 두 개일 필요는 없다’고 못 박았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중 하나는 퇴출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양대 해운사의 생사를 건 경쟁에서 결국 현대상선이 승리라면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진해운의 물량을 현대상선이 넘겨받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외국 해운사들이 앞 다투어 한진해운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다.
이러한 장면은 언뜻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연상하게 한다. 당시 미국정부도 리먼브라더스의 부실에 대해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사실상 사형선고를 먼저 내려놓고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빨리 퇴출시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더 많은 시장을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미국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연쇄적인 부실을 낳았고 일명 ‘신용경색’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미국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켰다. 리먼브라더스가 가졌던 시장 지분을 다른 경쟁업체들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연쇄적인 부실을 야기했던 것이다.
지금 한진해운사태는 이미 능력없는 부실 기업 하나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으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물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고 무역 대국으로서 유리한 위치에서 세계물류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던져버린 상황에 놓였다. 특히 중국이 세계 해운업에 막 진출해 나가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해운업계에게 족쇄를 채워놓은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한진해운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국유화를 통해서라도 힘겹게 확보해 놓은 물류시장을 지켜야 할 것이다.

◇ 필 자

신경환

신학대학교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