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개악, 구시대적 발상
지방재정 개악, 구시대적 발상
  • 김희열
  • 승인 2016.06.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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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 전, 수원 화성의 중심에 있는 행궁 앞에는 가게와 우체국 등이 있었으며 연무대 앞에는 막 주차장 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한참 복원 중인 수원 화성은 그야말로 볼품이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지만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해졌다. 주말이면 수원 화성 행궁 주차장이 몸살을 앓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수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행궁 인근의 먹을거리 장터에는 긴 줄이 늘어져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며, 골목에도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늘어난 인파 덕분에 생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지난 10년 동안 수원의 단체장은 두 번이나 바뀌었다. 김용서 전 수원 시장이 두 번을 재임했었고 현재는 당은 다르지만 염태영 수원 시장이 재임 중에 있다. 당이 다른 두 시장은 개성이 서로 달라 역점 추진 사업도 많이 달랐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같았다. 바로 수원 화성 복원에 대한 혜안이다.

시장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지난 십 년간 한결 같이 수원 화성의 복원이 수원의 미래라고 말을 하며 복원에 최선을 다해왔다. 지금의 세계문화유산‘수원 화성’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200년 전에는 정조 임금이 조선 최초의 계획도시 수원 화성을 만들고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수원화성은 지금의 수원 시민들이 만들어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수원 회성의 복원 비용은 수원 시민의 세금 99%가 들어가서 복원되고 있는 중이다.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정부나 유엔이 특별하게 지원을 해준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3호임에도 불구하고 2조원에 달하는 복원 비용의 대부분은 수원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됐다.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원성이 높았던 적도 있다.“사적3호 복원은 국가가 할 일이지 수원 시민이 할 일이 아니다, 문화재 복원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복원할 돈으로 시민 복지에 신경을 더 써라”등 많은 지적들이 나왔지만 복원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수원 화성에 비해 10년 늦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성남의 남한 산성이 도비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복원된 것에 비하면 수원화성은 정말 눈물겨운 수원 시민들의 정성과 노력에 의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수원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중앙 정부가 갑자기 수원 시민의 예산 일부를 타 도시를 위해 가져가겠다는 시행령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직도 수원 화성을 다 복원하려면 1조 원 가량의 예산이 더 필요한데 매년 1,800억의 돈을 수원시 예산에서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방문화재도 아니고 사적3호를 복원하는 것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갑자기 1,800억의 예산을 가져가면 수원 화성 복원은 물론 수원시가 시행 중인 각종 복지 혜택도 중단된다. 올 초 누리과정 예산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당시, 수원시는 가용 예산의 일부를 조기 집행해 누리 과정 예산을 선 지급한 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당 소속인 염태영 수원 시장은 당론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고 매도를 당한 바도 있었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시정 구호답게 아이들 예산을 우선 집행했다. 그런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원 시민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수원시 예산을 가져가면 그런 것들이 당장 중단될 수도 있음을 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던, 원래는 정부가 해야 할 문화재 복원 사업도 중단될 수도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함께 가자고 있는 것이지 중앙 정부 편하자고 일방적으로 지방 정부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는 상부조직이 아니다. 정부조직을 군대처럼 생각하는 구시대적 사고 방식으로는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배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 

김희열

<수원주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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