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퇴가 아닌 명퇴로 마무리해야
강퇴가 아닌 명퇴로 마무리해야
  • 오용화
  • 승인 201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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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의 간부공무원인 국장(4급 서기관) 2명이 명퇴를 신청하고 오는 6월말 공직사회를 떠난다.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공직사회에도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오산시도 1년 이상을 남겨두고 조기 명퇴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내려왔고, 지금까지 명퇴를 거부한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과연 이들 스스로의 의중에 의해 공직생활을 접는 것인지 한번 곱씹어 볼 일이다.

겉으로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모습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의 용퇴로 인한 반대급부를 노린 동료들의 눈치와 후배들의 따가운 시선에 본의 아닌 체면 때문에 명퇴로 포장된 공직생활의 끝을 보여준다는 것은 아마도 동료 공직자들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 명퇴 신청을 한 2명의 국장 중 한 명은 1년 6개월, 또 다른 한 명은 2년 6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명퇴를 신청했다. 본 기자는 10여 년 전에도 ‘어찌 이것이 명퇴인가 강퇴이지? ’란 컬럼을 쓴 적이 있다. 주재기자로 오산시에 16년간 출입하면서, 한결같이 명퇴를 신청한 대다수의 공직자들이 제 근속연수를 다하지 못하고 동료들의 따가운 눈길 속에 억지 춘양의 모습으로 공직생활을 접는 것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명퇴 이유는 간단하다. 얼마 안남은 같은 연배 동료들의 승진을 위해 본의 아니게 떠나는 이유는, 연초가 되면 국장을 오래 했으면 그만둬야 할 것 아니냐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청내에 퍼져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수십 년간의 공직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다는 데 있다고 본다.

현재 정년을 앞둔 공직자들은 과거에 박봉으로 인해 공직을 선호하지 않았던 시절에 들어와 청춘을 바쳤다. 또한 과거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이 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일을 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임원으로 승진하면 대부분 2 ~3년 후 퇴사해야 하는 선례가 생겨 부장급으로 오래 남아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본 기자 역시 법적으로 보장된 정년을 남겨두고 미리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5급 이하 일부 후배 공직자들 중 일부는 자리가 없어 승진이 적체되고 있는 상황을 아는 마당에, 선·후배가 중시되는 작은 지역사회에서 조기에 용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마녀 사냥식으로 명퇴가 아닌 강퇴로 변질되어 몇몇 공직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들로 인해, 그것이 전체 공직자의 뜻인양 전해지고, 오래 기간 성실하게 근무한 공직자들만 시절을 읽지 못하는 인간으로 치부돼 버리는 것이다. 결국은 매년 되풀이되는 명퇴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자신들의 승진을 위해 수십년간 같이 공직에 있던 동료가 마음에도 없는 명퇴를 신청하고, 쓸쓸히 공직을 떠나야 하겠는가? 그들이 웃으면서 떠나는 것 같지만 진정한 속마음도 그럴까? 역지사지란 사자성어가 있다. 입장을 바꿔 그 사람의 편에서 생각해보란 뜻이다.

공직사회의 사회적인 규범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명퇴제도에 대해 정년을 보장해 줄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관행대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인사권자가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해야 조직사회 안정과 신뢰행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오 용 화

<오산주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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