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최고의 전직 대통령 카터 그리고 노후의 행복 <5>
[현대일보칼럼]최고의 전직 대통령 카터 그리고 노후의 행복 <5>
  • 이상철
  • 승인 201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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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째, 그는 79세에 17번째 책인 역사소설을 썼다. 호박벌 둥지(Honet's Nest)라는 이 소설은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퓰리처 상 후보까지 올랐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역사소설을 쓰기는 카터가 처음이다. 링컨은 몇 편의 시를 썼다.

일곱 째, 그는 목공 광(addict)으로 불릴 정도로 목공일에 뛰어나고 이에 열중한다. 그는 작은 의자로부터 침대에 이르기 까지 수백 개의 가구를 직접 디자인도 하고 정교하게 만들어 경매를 통해 개당 5만 달러에서 25만 달러까지 받기도 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자는 적갈색의 4주식 침대도 직접 만들었다.  

여덟째, 그는 모든 업무와 취미생활을 부인 로자린 여사와 함께 한다. 그는 부인과 낚시도 하고, 테니스도 하고, 자전거 타기도 하고, 조깅도 하고, 들새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그와 부인은 백악관 시절 매일 7마일을 달렸으나 지금은 3마일을 달린다. 그가 부인과 같이 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가 있다. 그는 사냥을 하지만 부인은 사냥은 하지 않는다. 그는 부인과 모르는 것은 서로 가르쳐 주며 살기로 약속 했는데 결국은 자신이 부인에게 가르친 것 보다 부인으로부터 배운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아홉째, 그의 다양한 취미생활이다. 그는 각종 가구도 만들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자신이 마시는 와인도 직접 만든다.  

열째, 그의 검소한 생활이다. 그는 집필과 가구 만들기 그림 등 을 그려 상당한 수입을 올렸고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수목 림(timber)을 기르는 토지(3천 에이커, 360만평)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1961년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농장 집에서 검소하게 산다. 농장 집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은퇴 후 창작 활동과 목공일을 위해 부인과 자신의 서재를 따로 만들고 작업장도 따로 만들었다. 

4. 은퇴 후 행복

카터는 1981년 56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재선에 실패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은퇴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자신의 고향이며 땅콩마을로 불리는  조지아 주 플레인스로 돌아왔다. 그는 당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기술했다. 화려했던 백악관 시절을 뒤로 하고 플레인스로 내려간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었고 과거를 잊고 미래의 두려움을 극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백악관을 떠날 때 그는 파산상태였다. 백악관에 있는 동안 백지위임 상태로 맡겨놓은 한때 잘 나가던 땅콩농장은 관리 소홀과 불경기로 1백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다. 빚을 청산하기 위해 150년간 대대로 이어온 땅콩농장도 팔고 살고 있던 집마저 저당 잡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고서도 파산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두 가지 행운으로 빚을 청산할 수 있게 됐다. 하나는 조지아 주에서 옥수수와 콩을 독점하는 한 큰 농업회사가 땅콩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카터의 창고(warehouse)를 인수했다. 또 다른 행운은 출판사와 백악관 시절에 관한 자서전을 내기로 계약을 했다. 이 두 가지 행운으로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남은여생을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알지 못했다.  당시 평균수명으로 볼 때 앞으로 25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걱정하기보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더 걱정한다고 했다.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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