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중국의 ‘선부론(先富論)’ 이제 실현되나
[현대일보칼럼] 중국의 ‘선부론(先富論)’ 이제 실현되나
  • 신경환
  • 승인 2015.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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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현재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 지도부에서는 중국이 이미 초보적 소강사회를 이룩하였다고 선언하였다.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은 이제 먹고 입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결하였고 모든 인민이 경제적 성과를 나누는 전면적 소강사회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1978년 중국의 덩샤오핑은 내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정자본주의 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개방과 시장화를 추진하였다.
당시 덩샤오핑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시 내부적인 갈등을 심각하게 야기했던 주장은 덩샤오핑이 제기한‘선부론(先富論)’이라는 것이다.
이 말의 뜻은 먼저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노력해서 부자가 되고 나중에 뒤에 쳐져 있는 사람들을 이끌어서 모두가 부자가 되면 된다는 뜻이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자본주의를 채택하는 한국에서 오히려 더 익숙한 해석일 것이다.
결국 당시 중국의 지식인들은 개혁개방은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인식했고 내부적인 반대가 극심했다.
우리가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으로 알고 있는 1989년 천안문사태 또한 사실 내부적으로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개혁개방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와 공무원의 부패가 야기한 학생들의 사회정화요구로 촉발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당시 천안문에서 공산당퇴진이나 지도부 교체와 같은 구호를 찾아 볼 수는 없었다. 당시 학생들의 요구는 급진적인 개혁개방에 따른 사회문제를 폭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덩샤오핑은 천안문사태 이후 남순강화라는 정치행사를 통해 개혁개방의 당위성을 다시 강조하고 개혁개방을 더욱 착실히 수행할 것을 지시했다.
결국 중국은 90년대를 거쳐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이미 G2 국가로 성장했고 앞으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1989년 학생들의 ‘외침’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중국 지도부가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중국의 과제는 세계 최대를 향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재분배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정책목표는 이미 1978년 덩샤오핑이‘선부론(先富論)’을 주장하였을 때부터 약속된 것이었다.
이제 먼저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를 어느 정도 축적하였으니 약속대로 뒤에 쳐진 사람들도 경제적 성과를 나눠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때로는 협상을 하고 때로는 노력과 모험을 하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 수도 있다.
이미 중국은 경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먼저 발 빠른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였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부의 축적방식을 용인하지 않고 늘어나기만 했던 부를 나누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방식과 다른 정책을 펼쳐야만 한다.
현재 시진핑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패를 청산하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의 전면적 소강사회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차차 확대되어 가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중국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시장제도는 아직 충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필자

 

신경환

국제관계학박사,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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