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한국의 TPP 참여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때
[현대일보칼럼] 한국의 TPP 참여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때
  • 신경환
  • 승인 2015.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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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유럽의 경제침체 속에서도 대표적인 무역대국인 독일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이미 20년 째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도 엄청난 재정적자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당초 일본의 재정적자 확대가 거품붕괴 수준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주장이 현실로 나타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독일과 일본과 같은 거대 무역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산업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석유와 같은 자원을 수출해 무역수지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원자재 가격의 변화나 석유수요의 감소와 같은 변수에 따라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기도 한다. 고유가 상황에서 호황을 누리던 러시아가 유가가 떨어지면서 곧바로 경제위기 상황으로 돌입한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역규모가 크고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만약 경제위기상황에 직면하면 곧바로 수입감소와 환율하락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여지가 생긴다.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국내 소비가 줄어 수입은 감소하고 자국 화폐의 안정성이 떨어져 환율이 하락하면 다시 수출이 증가하여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둔화를 외부적인 요인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평가기관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조정 했을 때 국내 에서 많은 사람이 의아해 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국내 경제상황이 개선되었다는 증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승한 것에는 한국의 경제상황이 나아졌다는 판단보다는 한국이 안정적인 무역대국의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경제학적에서는 수출을 많이 할수록 내수 시장에서 재화의 수량이 줄어 물가가 오르고 국민의 혜택은 제한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경제학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보는 무역수지는 흑자도 적자도 아닌 수출과 수입이 수평을 이루는 것이다.
사실 수출이라는 행위 자체를 놓고 보면 우리 국민들이 힘들게 만들어서 외국사람들이 싸게 사서 활용하는 것이다.
만약 외국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더 싸다면 수입을 안 할 것이니 이건 당연한 얘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제사회에서 각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단일화된 세계시장에서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쉽게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경제에서도 발 빠르게 무역 자유화를 확대해 가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미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여 사실상 세계경제비중의 절반 이상을 자유무역 지대로 가지고 있다.
TPP와 같이 한국의 가입이 한발 늦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자칫 한국의 협상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국민적인 여론이 참여를 주장하면 협상 실무자들은 상대방의 어려운 조건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특히 협상 전부터 ‘쌀 개방은 절대로 없다’는 식의 여론을 의식한 발언을 미리 해 놓으면 상대방은 한국의 쌀 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하면 개방유예를 조건으로 더 큰 양보를 한국에 요구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속을 다 보여주고 하는 협상에서 우리가 유리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협상에서는 상대방이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정말 지키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내색하면 안 될 것이다.

 

◇ 필자

 

신경환

국제관계학박사,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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