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빚더미 톱’인천, 이대론 안 된다
[현대일보칼럼] ‘빚더미 톱’인천, 이대론 안 된다
  • 강훈천
  • 승인 201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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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재정 상황이 전국에서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무려 39,9%에 달해 행정자치부가 최근 발표한‘예비 재정위기단체’리스트의 가장 꼭대기 자리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11년 재정위기관리제도가 도입된 이래 행자부가 재정위기단체‘주의’등급 기준을 웃돈 자치단체로 인천을 비롯 부산(28.1%), 대구광역시(28.8%)와 강원도 태백시(34.4%)를 처음으로‘예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했다.
이 중에서도 인천이 재무비율 1위에 오른 것이어서‘빚더미 지자체’라는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가 넘으면 해당 자치단체는‘주의’단체로 지정된다. 이 정도에 그쳐도 걱정스러운 판에 ‘심각’등급 기준인 40%에 근접한 인천시로서는‘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될 경우 재정 자치권이 제한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인천이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위기 지자체 Top’이라는 명예롭지 않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인천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동안 자치행정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이 빚더미 오명을 쓰게 된 원인을 첫째로 꼽는다면,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 규모다. 경기장 건설에만 1조7천억원을 들였고 개·폐회식 등을 포함해 아시안게임에 무려 2조 5천억원을 썼다.
문학경기장을 재활용해도 될 것을 주경기장 짓는 바람에 4천700억원이나 낭비했다. 지금 각 경기장들의 활용도가 지극히 낮아 매년 수백억원이 적자를 보게 될 판이다. ‘돈 먹는 하마’를 자초한 꼴이다.
2009년 도시축전도 예산 낭비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개 축제에 쏟아부은 돈이 1천300억여원이다. 문제는 축전 시점에 월미은하레일같은 전시성 사업이 함께 벌어졌고 결국 지금까지도 은하레일은 고철로 부식되고 있다. 축전 역시 인플루엔자 A로 수천억 적자를 봤다.
개인이든 자치·사회단체든 국가든 빚더미에 오른 채 제대로 된 살림살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빚으로 가세가 기울면 다시 일어나기는 힘들 게 마련이다.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시점에서 인천시의 재정 악화를 보는 시민들은 한마디로 전략도 비전도 없는 허수행정이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인천시의 빚은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자명한 사실이기에 그렇다. 자치행정이 뒷걸음치고 있다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
며칠 전 시민단체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인천시에 대해 재정 건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 편성에 원칙이 무시된 세출 삭감은 받아줄 수 없다”며 “시 재정건전화 전담팀(TF)에 시민단체 참여를 허용해 시민여론을 반영 할 것”을 제안했다.
‘재정위기 해법 찾기 시민토론회’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 것도 어찌보면 시정꾸려가는 됨됨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간 시민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에서다.
이에 앞서 시는 향후 5년간 채무 비율을 20% 초반대로 낮추겠다는 재정 건전화 대책을 발표했다. 검단신도시, 도화지구, 루원시티의 개발이 마무리되면 부채 상당수가 감소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대중교통, 공공시설 이용료와 지방세 인상, 기업 및 상업시설을 적극 유치해 세수를 올리겠다는 계획은 결국 시민들의 허리띠를 조여서 빚을 탕감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인천시가 대구 대신 도시 표기 순서에서 3대도시가 돼야 한다고 주장을 펴고 있다. '빚더미 1위 도시가 덩치 크기’를 자랑하고 싶어한다.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알찬 낟알보다 속빈 강정이 더 낫다는 건가.
이제 시는 시정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우려를 하루빨리 불식시키야 한다. 선심성 경비를 최대한 축소하고 투자의 완급을 조정하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도 ‘강 건너 불’로 지나쳐선 결코 안 된다.
국가 복지사업이 갈수록 늘어 지자체마다 매칭 비율을 마련하는라 아우성이다. 정부·지자체는 ‘합리적 증세’등 대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병법(兵法)은 공조직에도 적용된다. 꿈과 비전이 하나 되어 있는가(道), 다가오는 외부적 환경을 철저히 파악하고 준비하고 있는가(天),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가(地),적합한 사람에게 권한을 제대로 위임하고 있는가(將), 조직의 시스템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法)다. 빚더미를 안고 출범한 인천 유정복호(號)는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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