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겸손과 행복 <1>
[현대일보칼럼] 겸손과 행복 <1>
  • 이상철
  • 승인 2015.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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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겸손의 의미
자신이 겸손(humility)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겸손한 사람이 아니고 오만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 자신이 겸손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겸손은 끝없이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겸손하면 할수록 더욱 낮아져야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오만(pride)을 감추고 남을 헐뜯거나 비하하기 위해 자신이 아니라 남이 오만하다고 말한다. 이같이 남이 오만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속성을 보면 자신의 약점이나 잘 못된 점을 감추려 하거나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겸손만이 오만을 물리칠 수 있으나 오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따라서 진정으로 겸손하기는 그만큼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겸손은 인간이 지켜야 할 모든 덕행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덕행에 속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자아를 내려놓아야 한다. 자아를 내려놓으면 자신은 작은 벌레와 같고 아주 보잘 것 없는 티끌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죽음도 두렵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진정한 환희(joy)를 느껴 행복해진다. 진정한 사랑도 겸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나친 자신감에 넘치고 자신만을 내 세우고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겸손하게 사는 사람은 만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겸손은 될 수 있는 한 자신을 낮추는데 있다. 이와 관련해 고대 폐르시아(이란)의 속담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물은 산의 정상에 머물지 않는 것 같이 겸손도 오만한 자에 머물지 않는다.
물과 겸손은 똑 같이  높은 자리가 아니라 낮은 자리를 필요로 한다. 겸손은 자신의 결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받아드리고 인정하는 것, 인내하는 것, 친절한 것과 관련이 있다. 겸손은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배려한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데 헌신한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들어내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 겸손한 사람은 명예를 자신보다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겸손한 사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오만은 사람들 사이에 벽을 쌓지만 겸손은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다는 말과 같이 겸손은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원활히 한다. 겸손한 태도는 친구들 사이에 우정이나 친목을 돈독히 한다.
겸손은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이기 때문에 모든 종교는 겸손을 강조한다. 세족식은 겸손의 대명사와 같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 앞서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 겸손과 사랑을 실천해 보였다. 남의 발을 씻긴다는 것은 자신을 발끝까지 낮추고 만인의 종(servant of all)됨을 의미한다.
예수는 또한 남을 돕거나 자선을 할 때에도 자신의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떠벌리지 말고 조용하게 하라고 가르쳤다. 도교를 창시한 노자는 겸손에 대해 이렇게 가르쳤다. 첫 번째 승진을 하면 머리를 굽히고, 2번째 승진을 하면 허리를 굽히고, 3번째 승진을 하면 아예 납작 엎드리라고 가르쳤다.
2. 겸손의 위대성
겸손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위대해 질수 없다. 자만은 동물의 속성이고 겸손은 인간의 속성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인간다운 삶을 살고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겸손의 미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세계사에서 역사가 가장 짧은 미국이 위대해 질수 있었던 것도 초기 정치지도자들 뿐 아니라 현재 지도자들까지도 겸손하고 슬기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1789-97)인 조지 워싱턴은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는다. 워싱턴은 1775년 5월 영국과의 전쟁에 앞서 미국군의 사령관에 임명됐다. 미국의회는 1776년 6월7일 영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워싱턴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9번 싸워 3번 밖에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이 결과 그는 1781년 마지막 요크타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다.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1789-97)이 되어 재임을 마치고 은퇴하려 하자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겸손하게도 재임 8년이면 충분하다고 하면서 3선을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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