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일개 일본 외교관에 놀아난 대한민국
[현대일보칼럼] 일개 일본 외교관에 놀아난 대한민국
  • 신경환
  • 승인 2015.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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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가까이 이웃한 나라치고 사이가 좋은 경우가 없다. 항상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국가의 흥망에 따라 침략하기도 침략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같이 여러 민족이 같은 지역에 응집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웃한 국가간의 반목이 치열하다.
2차 대전에 참전했던 한 영국 장교의 수기에는 ‘내가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독일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와 같은 편이 되어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쓰고 있다.
오랜 앙숙관계인 영국과 프랑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중국에 대해서도 국민 감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오랜 기간 우리는 중원의 패권에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우호적인 관계이지만 감정적으로 보면 한국과 중국 또한 좋다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물며 한국의 오랜 골치덩어리였던 일본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을 식민지배 했던 근대사의 고통은 앞으로 우리 역사의 가장 큰 치욕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요즘 일본의 식민지배가 얼마나 큰 역사적 수치였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오히려 한국은 원래부터 약소국이라서 항상 주변국의 간섭을 받아 왔다고 인정해 버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역사에서 우리민족의 자주적인 정부를 잃고 온전히 다른 민족의 지배하에 살게 된 것은 오직 일제시대뿐이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정복했던 몽고의 원나라도 고려는 직접통치하지 못하고 황제의 나라와 제후국의 관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온 나라가 메르스사태로 시끄러운 와중에 일본의 근대 산업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뒤숭숭한 마음에 먹구름까지 드리워졌다.
가뜩이나 아베정권의 역사왜곡으로 심란한 상황에서 수 많은 조선인이 가혹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죽어간 장소를 전 세계가 기리는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여 일본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보도를 보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뒤이어 일본이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실상을 알고 보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알려지고 있다.
일본이 근대 산업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이러한 내용이 본문도 아니고 주석 형식으로 소개되어 있고 이마저도 영어 해석에 따라 강제노역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일 했다는 식으로 번역될 수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만약 우리 외교력의 한계로 세계유산 등재를 막을 수 없었다면 우리는 당당히 단 한 표의 반대표를 던져서 자존심이라도 지켜야 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 언론에서는 일본이 고노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고노담화 자체에 대해서도 우리가 잘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비록 고노담화에서는 일본이 전쟁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 불법적이고 전쟁과정에서 일본의 잔학성과 전쟁범죄에 대한 인정이나 사죄는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고노담화도 일본의 원죄에 비하면 전혀 성의 없는 답변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이 고노담화를 계승하니 마니 하는 것도 어쩌면 이것도 우리가 일본의 간교한 계획에 놀아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 필자

 

신경환

국제관계학박사,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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