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당신, 지방의원 맞소?
[현대일보칼럼] 당신, 지방의원 맞소?
  • 강훈천
  • 승인 201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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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컫는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자질 논란은 여전하다.
민주주의를 그토록 열망하던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그 전위병으로 나선 지방의회는 그 동안 주민의 의견 수렴과 정책적 반영, 그리고 집행부나 단체장의 견제 역할 등을 충실히 해 왔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일부 의원들의 이권 개입과 인사 청탁, 도덕성 문제, 자질시비, 무분별한 관광성 해외 연수 등으로 끊임없는 질타의 대상이 돼 왔다.
일그러진 사례를 열거하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근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의회 일부 업부추진비를 가족 회식비 등 사적 용도로 마구 쓰는가 하면 가족 명의로 운영되는 식당에서 쌈짓돈 쓰듯 사용했다.
연말에 남은 예산으로 연일 한 번에 수백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지역구 초중고교 졸업식 때는 너도나도 표창패를 주면서 수천만원씩 지출했다. 그 건 지난 일이라 치자. 해외연수는 외유성이 많았다. 그래도 인천남구의회가 미주연수를 하면서 타 지방의회가 빼놓지 않고 다녀온 라스베가스를 자제한 것은 미국연수치고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평점은 받았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다면 성년에 이른다. 그럼에도 도덕성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까지 인식될 정도다.
이런 지경에 이른  데는 지방의원들의 자성이나 자정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11년 초 권익위가 선출직인 지방의원의 청렴한 직무활동을 위해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을 따로 만들어 시행했으나 반응은 지금까지 시큰둥해 왔다.
전국 245개 지방의회 중 행동강령을 뒤받침하는 조례를 제정한 곳은 30%에도 못미친다. 어떤 간섭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부 감시가 소홀지고 자기 제어장치도 없으니 지방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권리만 챙기고 책무를 다하지 않는 기초지방의회, 지방의원을 바라보는 지역주민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끊임없이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지방의회를 이대로 그냥 둘 수 없다.
무엇보다 지방의회에 대한 외부 감사가 강화돼야 한다. 감사에서 드러난 도덕적 해이 현상은 지역주민에게 샅샅이 공개하고 비리의혹이 있는 사안은 사직당국에 수사의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지나친 얘기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지방의원의 해이된 자세는 가관이다.
며칠 전 인천 동구의회는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한숙희(새정치민주연합· 나선거구) 의원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의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의원 7명 중 한 의원을 제외한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표결에서 찬성 5표, 반대 1표로 제명이 의결됐다. 오죽했으면 같은 동료의원으로부터 제명 의결로 의원직을 상실해야  했나 하는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그는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제명 이유는 한 의원이 임시회 회기 중 청원휴가를 신청해 개인적인 여행을 갔고, 수시로 의회 활동에 불참하는 등 의원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의 뜻을 거역한 한 것임에 틀림없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뜻을 받들 심부름꾼이 되겠다던 약속이 엉뚱한 데로 빠져들었다. 게다가 SNS에 다른 의원들을 비하해 의원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일부 언론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를 했다고 하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당신, 정말 지방의원이 맞느냐”는 의구심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한 의원은 “부당한 징계다”라며 “법원에 제명 의결처분 효력정지와 제명 의결처분 취소 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의도가 그렇다. 하지만 사려깊히 자과부지(自過不知)를 깨달아야 하지 않겠는가.
‘도지이덕(道之以德) 제지이례(齊之以禮) 유치차격(有恥且格)’위정자들이 덕치를 우선하고 예의를 다한다면 올바른 국민정서와 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지방의원이면 최소한 논어 위정편의 이 한 귀절쯤은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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