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불법 시위는 바로 잡아야 한다
[현대일보칼럼] 불법 시위는 바로 잡아야 한다
  • 강훈천
  • 승인 201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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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는 요즘 기강이 무너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나라의 권위를 상징하는 경찰과 일반 공무원에게 시민들이 대들고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막말과 폭력이 난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으로 정한 교통규칙쯤은 예사로 무시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며칠 전 어느 지자체 청사 정문 도로상에 몰려온 상인 100여 명과 시위를 주도한 한 대표자는 “김 oo 구청장 나와라, 당신이 당선된 건 누구의 힘인 줄 아느냐? 그런데 소상인을 몰락시키다니?”
대형마트아울렛 개장을 반대하는 상인들의 농성 현장이었다. 대형마트 입점 허가나 인가권도 없는 지자체에 현행법상 등록 가능한 절차마저도 제재하라는 요구다. 이것은 우리사회 시위 현장의 단편적 사례일 뿐이다.
법과 나라의 정책, 계약 내용과 관계없이 무리를 지어 떼를 쓰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6법보다 위법이, 위법보다 불법이, 그리고 무법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개탄의 소리가 들려온 지 오래다.
다수가 무리지어 떼를 쓴다고 당국이 따라가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여론에 밀려 당국 스스로 법을 어기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법과 권위를 지킬 때 힘을 가진다.
“전통적으로 끝까지 투쟁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의 국민들에게 민주주의가 이식될 때까지 민주주의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한국인들은 집권자가 군사 독재자이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든 관계없이 거리에 나와 싸웠다”
고(故) 리콴유 전 싱카포르 총리의 15년 전 자서전 진단은 비관적이었다. 그의 예측은 현실과 맞아 떨어졌다.
리 전 총리는 국민소득 400달러에 불과했던 소국을 5만600달러의 초일류 국가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집단 이기주의로 불법 시위, 폭동이 줄을 잇던 나라를 엄정한 법 집행으로 맞섰다.
질서정연한 선진국으로 바꿔놓은 원동력이 바로 그의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독일의 예리네크는“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도덕과 법을 가르는 간결 명쾌한 명언으로 자주 인용된다. 요컨대 법은 모든 국민이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라는 주장이다.
고상한 목표를 추구하며 사는 성직자로부터 세속적인 욕구를 추구하며 사는 평범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애초에 법은 고결한 인격을 갖추거나 이상적인 삶을 지향하는 성자와 같은 사람들이나 간신히 지킬 수있는 목표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결국 법이란 국민 모두가 안전한 가운데 국가가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며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기본 장치다. 그래서 누구나 법을 존중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엔 민주주의를 바로하기 위해 공직자는 권위를 지켜야 한다. 법을 어기면 가차 없이 처벌해 공익을 지켜야 한다. 떼를 쓴다고 끌려가서는 안 되며 아무리 여론이 들끓는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기강을 흔드는 일이면 단호히 무시해야 한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확연히 다르다. 권위주의란 권위를 억지로 내세우는 전제주의다. 권위주의는 그래서 비민주주의다.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바로잡는 일이지만 권위를 깨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내년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국민이 민주주의에 맞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이제 한국 민주주의의 운명은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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