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이완구와 보시라이의 권력해체
[현대일보칼럼] 이완구와 보시라이의 권력해체
  • 신경환
  • 승인 201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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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서나 정치적 권력은 힘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러나 재력과 달리 정치적 권력은 쉽게 측량될 수 없다.
과거 조선시대를 보더라도 봉건체제라고는 하지만 국왕이 절대적 권력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또한 영의정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최고 권력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았다. 역사책을 보더라도 실제 영의정보다 권력을 농단한 수 많은 간신과 환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국가의 등장으로 공직의 급수를 구분하고 부서를 나누었지만 여전히 정치판에는 실세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 독재정부 시절에는 40대의 안기부장이 70이 다된 농업부 장관을 불러다 따귀를 때리며 호통을 쳤다는 일화는 여전히 그 시대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정치판에서 실세는 직급이나 행정부서를 초월하는 힘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행정체제가 확립되어 가면서 직책에 따른 권한과 의무는 보다 명확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실세를 논하며 정치권력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한다.
정치판은 실세가 있던 없던 잘만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직위에 상관 없이 실세로 불리던 누군가가 권력에서 밀려 난다면 단순히 직책상의 공백이 아니라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국가주석인 시진핑과 최고지도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보시라이가 부패문제로 실각하면서 큰 이슈를 만들어 냈다.
보시라이 일인이 권력에서 밀려나면서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한동안 권력배치를 재구성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특히 총칭시(重慶市)의 경우 경찰간부의 상당수가 교체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은 한 사람의 거물급 부패인사를 처단하여 정치가 조금 더 깨끗해질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도 한동안 감수해야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잦은 인사사고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힘겹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이완구총리마저 뜻밖의 저격에 쉽게 쓰러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초 한 나라의 총리를 세우려면 총알 맞을 일이 없는 탱크 같은 인물을 선발했어야 할 것이다.
풍선처럼 부피만 크면 작은 바늘에도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 수 있다. 보여지는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의 재질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이완구총리가 물러나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제는 국정에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한 사람이 총리에 오르기까지는 복잡한 정치구조 내의 역학관계가 작동했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인물이 총리로 지명되기까지는 더 크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작동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오직 이전의 실수를 교훈 삼아 모두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큰길만을 걸어야 할 것이다.

◇ 필자

 

신경환

국제관계학박사,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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