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인천 장애인의 죽음, 당국은 뭘 했나
[현대일보칼럼] 인천 장애인의 죽음, 당국은 뭘 했나
  • 강훈천
  • 승인 201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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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무차별 밟아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장파열까지’ 끝내 장애인이 피멍이 든 채 숨을 거뒀다.
인천 옹진군의 한 지적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서 저질러진 만행이다. 그것도 지난해 10월과 12월 사이 같은 시설원에서 재활교사들이 상습적으로 체벌·폭행하는 등 심각한 가혹행위로 2명의 지적장애인(1급)이 사망한 충격적 사건이다.
이들의 행위는 인면수심 그 자체다.
“중증장애인들이어서 대화가 어렵다”,“관리와 훈육 차원에서 불가피했다”는 이유로 재활교사들이 툭하면 밀어 넘어뜨리고, 가슴을 짓밟고, 폭력을 가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잊는다.
장애인의 인권 유린은 영화 ‘도가니’를 다시 떠올린다. 광주 장애인학교 성폭행 사건을 다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이와 비슷한 추악한 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항거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학대하는 행위야말로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은 장애인시설이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현실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복지시설의 인권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은 소홀한 감시 체계가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외부와 차단돼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장애인 시설은 행정 당국의 점검을 받긴 하지만, 이에 대비해 대응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인천 옹진군 장애인 시설의 경우 수년간 학대가 가해졌지만 발각되지 않았다.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숨진 장애인은 유족들의 신고로 뒤늦게 학대 사실이 밝혀지자 지자체가 점검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이를 방증한다.
인천중부경찰은 재활교사 등 관계자 9명을 입건 조사 중이며 여죄를 캐고 있다.
제2·제3의 도가니 사건이 끊이질 않는 원인은 복지시설 관리가 겉돌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단속만 나서면 곳곳에서 목불인견의 참상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 되고 만다. 사회적 약자이다 보니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지켜도 인권 유린의 악행은 근절되지 않는다.
장애인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인격체로서,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 수준이 높다면 이런 정책 목표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장차법 제정도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을 어떻게든 고쳐보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장차법이 시행된 지 여러해가 됐지만 여전히 차별이 횡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법마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무용지물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 시설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어도 지도 감독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장애인 차별과 편견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행위 조사 및 권리구제 업무를 맡은 인권위와 일선 지도 감독을 맡은 지자체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장애인들의 인권이 짓밟히는 어둡고 슬픈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지시설에 대한 불시 점검을 늘리는 등 단속 체계를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장애인 복지시설의 인권침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권 사각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장애인 복지시설의 만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 장애인복지 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좀 더 분명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평범한 권리를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장애인의 날’이 정해진 의미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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