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우린 왜 안전불감증에 걸렸나
[현대일보칼럼] 우린 왜 안전불감증에 걸렸나
  • 강훈천
  • 승인 201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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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인천 강화의 한 캠핑장 화재사건은 어이없는 대형 인재(人災)일 수밖에 없다.
법과 제도의 관리 단속이라곤 전혀 미치지 않아 무법지대에서 벌어진 끔찍한 악몽의 현장이었다. 비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 캠핑장은 관할 군청에 민박업, 펜션업, 야영장 등록신고 중 어느 하나도 신고하지 채 불법영업을 저질렀다.
사전 안전점검이 있을 리 없다. 텐트는 불에 잘 타는 천막 재질이어서 화재를 자초했다. 이 사고는 예고된 참사나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14일 양평군 지평면에서는 야영장 텐트 안에서 석유난로가 폭발, 9살과 7살 형제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탐욕스런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 어린 생명까지 희생시키는 현실이 야박할 따름이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최근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지난해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고양터미널 화재사고, 구룡마을 화재사고, 청도 오토캠핑장 사고, 담양 펜션 화재사고 등 비슷한 사건들이 터지고도 전혀 바뀌지 않는다.
대한민국 안전불감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사고가 되풀이 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후속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그나마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사고들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캠핑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젠 대중화로 접어든 지 오래지만 캠핑장은 관리부재다.
2014년만 해도 갑오 청마(靑馬)의 푸른 기운을 기대했던 우리에겐 화재의 불기둥에 시달려야만 했다. 올해도 청양(靑羊)의 상서로운 기운을 품을 거란 꿈은 여지없이 사라졌다.
세시풍조를 읊조리자는 건 아니다. 안전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사회구조의 틀을 통탄할 뿐이다.
릴레이 경주하듯 터지는 사건 사고들이 이제 그만 종료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를 넘어 미래 진행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큰 사건들이 워낙 많다 보니 웬만한 사고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지경에 놓였다. 어쩌면 안전 불감증, 원칙 둔감증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무책임이다. ‘생활이 편안하면 위험을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준비를 해야 화를 면할 수 있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 올해의 사자성어로 충신 위강이 임금 도공에게 말한 거안사위(居安思危)를 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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