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록 시장의 감탄고토(甘呑苦吐)
유영록 시장의 감탄고토(甘呑苦吐)
  • 박경천
  • 승인 2015.03.10 00:00
  • icon 조회수 10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포도시공사 정옥균 사장이 임기 10개월여를 남겨두고 6일자로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유영록 시장은 민선5기 시장으로 당선돼 4,100억원의 부채덩어리인 김포도시공사를 살려 보겠다고 현대스틸 대표와 현대건설 전무이사를 거친 전문경영인 출신의 정옥균 사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2년여동안 엄청난 부채도 줄이고, 한강시네폴리스사업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 사장이 전격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언론은 물론 공직내부에서 조차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정옥균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 유 시장 측근들이 도시공사 사장을 바꿔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면서 시작됐다.
특히, 한강시네폴리스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따른 출자 동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유 시장이 시청 간부를 통해 도시공사 관련자들의 사표를 받도록 지시하면서 정 사장도 사퇴 압박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항간에서는 유 시장과 측근들이 도시공사에 대한 깊은 관여를 하고 싶은데 정 사장이 공기업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경영 원칙만 주장하다가 갈등으로 비화됐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재선에 성공한 유 시장은 아마도 취임하자마자 김포도시공사를 친정체제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유 시장은 이를 위해 금년 1월초 한강시네폴리스사업을 줄곧 맡아왔던 간부에게 문책성 사표를 받고 떠나보내고 한강폴리스개발을 설립하면서 최측근을 상임이사로 앉혔다. 유 시장은 지난달 말 도시공사 비상임이사 4명을 교체하면서 정 사장의 사퇴 압박 수위를 높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정 사장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조용하게 물러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 시장 사퇴압박을, 정 사장이 임기를 남겨 놓고 사퇴하는 강수를 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 시장은 자신이 선택한 정 사장을 내뱉은 꼴이 됐다. 옛 말에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다.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자기 비위에 맞으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싫어한다’는 의미다.
유 시장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중론이지만 도시공사 사장 경질과정에서는 감탄고토가 딱 들어맞았다.
김포도시공사 사장이 사퇴하는 과정 속에서 유영근 시의장의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해프닝 촌극도 벌어져 시장과 의장 모두가 시민들의 안주거리가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