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록 시장은 민선5기 시장으로 당선돼 4,100억원의 부채덩어리인 김포도시공사를 살려 보겠다고 현대스틸 대표와 현대건설 전무이사를 거친 전문경영인 출신의 정옥균 사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2년여동안 엄청난 부채도 줄이고, 한강시네폴리스사업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 사장이 전격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언론은 물론 공직내부에서 조차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정옥균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 유 시장 측근들이 도시공사 사장을 바꿔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면서 시작됐다.
특히, 한강시네폴리스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따른 출자 동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유 시장이 시청 간부를 통해 도시공사 관련자들의 사표를 받도록 지시하면서 정 사장도 사퇴 압박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항간에서는 유 시장과 측근들이 도시공사에 대한 깊은 관여를 하고 싶은데 정 사장이 공기업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경영 원칙만 주장하다가 갈등으로 비화됐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재선에 성공한 유 시장은 아마도 취임하자마자 김포도시공사를 친정체제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유 시장은 이를 위해 금년 1월초 한강시네폴리스사업을 줄곧 맡아왔던 간부에게 문책성 사표를 받고 떠나보내고 한강폴리스개발을 설립하면서 최측근을 상임이사로 앉혔다. 유 시장은 지난달 말 도시공사 비상임이사 4명을 교체하면서 정 사장의 사퇴 압박 수위를 높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정 사장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조용하게 물러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 시장 사퇴압박을, 정 사장이 임기를 남겨 놓고 사퇴하는 강수를 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 시장은 자신이 선택한 정 사장을 내뱉은 꼴이 됐다. 옛 말에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다.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자기 비위에 맞으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싫어한다’는 의미다.
유 시장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중론이지만 도시공사 사장 경질과정에서는 감탄고토가 딱 들어맞았다.
김포도시공사 사장이 사퇴하는 과정 속에서 유영근 시의장의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해프닝 촌극도 벌어져 시장과 의장 모두가 시민들의 안주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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