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듣기와 행복 <3>
[현대일보칼럼] 듣기와 행복 <3>
  • 이상철
  • 승인 2015.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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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말하는 사람과 눈 맞춤(eye contact)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방이 나에게 말 할 때 말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거나 방의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딴 곳을 보아서는 안 된다.
먼데를 보아서도 안 되고 다른 일로 분주해서도 안 된다. 말하는 사람과 눈 맞춤을 한 다는 것은 나는 정신을 팔지 않고 있고 당신을 배려하고 있으며 당신은 내 마음 가운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말하는 사람의 비언어적 신호(nonverbal cues)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대화에서 의사전달을 100으로 볼 때 말(verbal cue)이 차지하는 비중은 7%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얼굴표정(55%)이나 음성의 강도(38%)와 같은 비언어적 신호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speaker) 언어(words)를 사용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있거나 이마에 주름이 지도록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거나 한숨만 쉬고 있다면 이는 상대방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verbal cue)보다 심각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제스처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은 행복하다고 입으로 말하면서 어깨를 축 내리고 얼굴을 수그린 채 눈을 내려 감고 있다면 분명 그의 말에는 다른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길은 판단이나 비판을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이는 말하는 사람이 아무리 귀에 거슬리고 상대방의 말에 동의를 할 수 없을지라도 그도 나와 똑같이 소중하고 독특한(unique)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조건 없이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
넷째는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대화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기 때문에 대화 도중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질문을 한 다는 것은 자신이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질문을 할 때 네, 아니 오 와 같은 단답형의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토론과 설명이 가능한 개방형 질문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말 보다 등을 두드려 준다든가 손을 잡거나 가벼운 포옹을 하는 것 같은 신체적 접촉(touch)을 시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가벼운 신체적 접촉은 무언가 신비로운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손을 만지는 것은 나는 당신에 관심이 있다거나 나는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런 가벼운 접촉행위는 그 어떤 말에 의한 표현보다 엄청난 효과가 있다. 가벼운 포옹도 상대를 편안하게 하고 안심시키는데 놀라운 힘이 있다.
이런 신체적 접촉에 의한 대화는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서는 부모가 자식에 애정을 표현할 때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만 미국서는 가볍게 등을 두드려(pat on the back)준다.
나는 미국서 유학을 할 때 기숙사 룸메이트인 에릭과 함께 크리스마스 브레이크를 이용해 시카고 근교에 있는 그의 집에서 일주일간 머문 적이 있다.
우리가 살던 미네아폴리스(미네소타 대학 소재지)에서 시카고까지는 그의 차로 가는 데 9시간이상 걸릴 정도로 먼 거리였다. 문제는 귀가할 때 목격한 장면이었다. 에릭과 내가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차고로 나왔을 때 아버지가 배웅을 나왔다.
아들이 말로 떠난다는 간단한 인사를 하자 아버지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에릭의 등만 가볍게 몇 번 두드려 주고 우리가 떠 날 때 까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나는 이 장면을 평생 잊을 수 없으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를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애정을 표현하는 대화는 말보다 이같이 가벼운 신체적 접촉이 얼마나 더 효과가 있는지 깨닫게 됐다.
여섯째, 듣기에서는 감정을 중시해야 한다. 최상의 대화는 공감하면서 듣기이기 때문에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감하면서 듣기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나 메시지에 담긴 감정을 이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공감하면서 듣기는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 그리고 눈과 가슴으로 듣는 것을 말한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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