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듣기와 행복 <1>
[현대일보칼럼] 듣기와 행복 <1>
  • 이상철
  • 승인 2015.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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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화와 듣기 
인간의 대화(communication)는 숨쉬기(breathing)에 비유될 수 있다. 숨을 쉬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것 같이 대화가 없어도 생존이 불가능할 수 있다.
대화는 이같이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할 뿐 아니라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화는 말을 통한 음성언어(verbal language)와 얼굴표정이나 신체적 접촉과 같은 몸의 언어(body language)로 구분된다.
생존과 관련된 대화 가운데 이런 일화가 있다. 13세기 독일의 왕 프레더릭 2세는 어린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누구와도 말(talk)을 하지 않고 성장하면 커서 과연 어느 나라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가장 오래된 언어인 그리스어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라틴어, 아랍어 또는 부모의 언어인 독일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왕은 이런 실험을 위해 유모와 간호사들을 시켜 수 명의 아이들에게 모유를 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청결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몸의 언어를 포함한 일체의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얼마가지 않아서 모두 죽어 버렸기 때문에 이런 실험은 허사가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유모와 간호사들의 애무와 즐거운 얼굴표정 그리고 사랑스런 말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은 윤리적이고 법적인 이유 때문에 위의 경우와 같은 극단적인 실험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애무와 즐거운 얼굴표정과 같은 육체적 언어를 체험하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인간의 대화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한 반면 얼굴표정이 55%를 차지하고 부드럽고 사랑스런 말의 음질(tone)이 38%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의 귀는 34만 가지의 음질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하니까 같은 말이라도 대화의 상대방에게 어떤 음질로 말을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할 수도 있고 나쁘게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보통 하루 수면 시간을 제외한 활동시간의 70% 이상을 대화를 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그 중에서 듣기가 45%, 말하기가 30%, 읽기가 16%, 쓰기가 9%로 대화 가운데서 듣기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심지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도 듣기가 읽기의 3배나 된다고 한다.
2. 듣기의 의미
듣기에는 히어링(hearing)과 리스닝(listening)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이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히어링은 상대방의 음성을 단순히 듣는 것을 말한다.
1950년대만 해도 전화의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서 특히 국제전화를 할 때 내말 잘 들리니(Can you hear me?)라고 큰 소리를 내면서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히어링은 이 같이 내용의 이해와 관계없이 단순히 상대의 말소리를 듣는 것을 말한다.  리스닝은 상대방의 말과 몸동작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닝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보다 복잡한 심리적 과정이기도 하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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