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중국산업의 한국추격
[현대일보칼럼] 중국산업의 한국추격
  • 신경환
  • 승인 2015.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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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지켜봐 왔다. 이미 당시에도 중국에 곧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는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이 일본의 전자신화를 일궈낸 소니를 역전한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일종의 파티분위기에 휩싸여 있었고 중국의 추격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성급하지 않게 꾸준히 기술력을 쌓아 왔다. 특히 최근에는 막대한 외환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몇 단계나 단축시켜 발전하고 있다.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를 그래도 약 10년 정도로 추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기술격차를 연단위로 표현하기도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지금 현재 한국의 기술을 중국이 몇 년 후에 따라잡을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기술을 누가 먼저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과거 중국의 대표적 백색가전 제조업체인 ‘하이얼’이 한국에 진출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하이얼은 미국에 와인냉장고를 출시해 기적적인 성공을 거둔 직후였다.
사실 하이얼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는 와인냉장고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와인냉장고를 가지고 싶어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섣불리 구매할 수 없었던 것을 하이얼은 저렴하게 공급한 것이다.
또한 필수품인 냉장고와 달리 부가적인 취미에 해당하는 와인냉장고에 대해서는 우수한 성능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도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은 하이얼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다.
한국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었다. 한국은 주거공간이 상대적으로 작고 TV, 냉장고, 세탁기 등 고정적인 전자기기가 정해져 있어 신중한 고민을 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디자인과 성능 등을 주요하게 고려한다.
한국은 삼성이 휴대폰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면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일단 벌리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휴대폰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접어들고 또다시 스마트폰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게 되자 중국의 저가 브렌드가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IBM의 몰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BM은 초기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며 기술력을 앞서 갔다. 하지만 컴퓨터가 일반화 되고 사양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보편화 되자 조금 더 앞선 기술력은 컴퓨터를 구매하는데 별다른 장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분명 삼성은 중국업체들 보다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이 더 이상 조금 더 나은 기술력이 아니라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의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 필자

 

신경환

국제정치학 박사, 신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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