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주는 것과 행복 <6>
[현대일보칼럼] 주는 것과 행복 <6>
  • 이상철
  • 승인 201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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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는 돈을 버는 일보다 돈을 현명하게 나누어주고 분배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부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반대했다.
부를 물려받은 자손들은 결국 가난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자손들의 어리석음 때문이기도 하고 부동산 가치의 하락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부모가 막대한 부를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애정에서 온다면 이런 애정은 빗나간 애정(misguided affection)이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카네기는 자신의 부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유일한 형과 어머니가 작고하고 이 세상에 외톨이 된지 몇 달 후 결혼을 했는데 부인은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나의 인생은 결혼으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으며 부인의 보호와 감독이 없는 나의 인생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이는 그가 부를 전적으로 사회에 환원하게 된 것도 부인의 지도와 감독이 컸음을 암시케 한다.
카네기는 자신이 쓴 부의 복음에 대한 신념과 부인의 협조와 지도에 따라 인생 후반 30년간은 자신의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 하는데 치중했다. 실제로 카네기는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 3억5천만 달러(지금 돈으로 30억원 상당)를 사회에 환원했다.
카네기 사후 그가 남긴 3천만 달러도 자선단체에 기증했다. 이를 통해 카네기는 전국에 2천개 이상의 도서관을 지었고, 뉴욕에 카네기 홀을 지어 기증했고, 카네기 멜론 대학을 설립했다. 국제평화를 위한 재단 기금도 마련했다. 카네기 자서전은 그가 타계한 1년 후인 1920년에 출간됐다.
록펠러는 19세기 세계에서 최고 부자였다. 그런 그가 54세 때 시한부의 절망적인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그는 이때 까지만 해도 늘 쫓기듯 부를 획득하는 데만 여념이 없이 살았다.
록펠러가 41세 때인 1880년 한 신문은 록펠러의 스탠더드 석유회사를 가리켜 가장 잔인하고, 염치없고, 무정하고 탐욕스럽게 독점을 일삼는 국가에 도움이 안 되는 회사라고 비판했다. 록펠러는 병원에 입원한 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면서 남을 돕고 남에게 베풀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이 결과 록펠러는 건강을 되찾고 행복해져 44년을 더 살았다. 독실한 침례교 교인으로 언제나 십일조 헌금 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 결과 그는  의료연구를 위한 록펠러 연구소를 설립했고 1890년 한 작은 침례교계 계통의 대학을 지금까지 노벨상(현 8명의 교수를 포함, 89명)을 가장 많이 배출한 시카고 대학으로 발전시켰다.
1913년 록펠러는 록펠러 재단을 창립해 5억4천만 달러(요즘 시가로 70억 달러)를 기부했다. 카네기와 록펠러가 19세기 기부문화를 선도한 1세대라면 빌 게이츠와 위런 버핏 등은 21세기 새로운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빌은 1975년 19세 때 하버드 대학을 2년 만에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MS)를 설립해 19년만인 38세가 되던 해인 1994년 38세에 세계최고 부자가 됐고 2014년 현재까지 계속 세계 최고부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부(wealth)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21세기 기부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빌은 그의 나이 44세 때인 1999년 그가 설립한 MS의 일선에서 물러나 세계에서 가장 큰 자선재단(290억 달러)를 설립했다. 빌의 친구인 위런버핏은 빌의 재단에 자기 재산의 절반을 기부했다. 빌이 재단을 설립할 때 그의 재산은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빌 게이츠는 2010년 10월 기부서약재단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위런 버핏과 함께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전 재산의 50%를 기부하겠다고 서약한 억만장자(10억 달러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빌은 총재산 740억 달러 중 280억 달러를 이미 기부했다. 빌은 3자녀에게 1천만 달러씩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전액 기부하기로 서약했다.
처음에는 40명이던 회원이 3년만(2013.11)에 122명으로 증가했다. 기부 서약을 한 억만 장자들 가운데는 버크셔해서웨이 설립자인 위런버핏, CNN 설립자인 테드 터너, 페이스 북의 창설자인 져커버그,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전 뉴욕시장인 블름버거 등이 있다.
기부 서약을 한 부호들 가운데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우크라이나, 남아공의 갑부들도 있다. 테드 터너는 유엔의 각종 활동을 지원하는 재단 설립을 위해 1997년 전 재산의 3분의 1인 10억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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