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굽힘과 행복 <2>
[현대일보칼럼] 굽힘과 행복 <2>
  • 이상철
  • 승인 2014.08.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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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의 삶(life)은 문명의 노예, 생각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정신 산만(distractions)의 삶에 굽혀 산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자신으로부터 단절되어있어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현대인은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적어도 차도를 건너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메시지를 작성하거나 말을 하기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 진다고 한다.
2010년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대학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1천5백명 이상의 보행자들이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기기에 의한 정신 산만으로 사고를 당해 병원의 응급실 신세를 졌다고 한다. 
이같이 문명의 노예, 생각의 노예가 되면 될수록 인간의 삶은 피곤하고 불행해 진다. 오히려 덜 생각하고 살면 살수록 창의력도 발전해 생산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덜 생각하고 걱정도 덜 수 있는가?
걱정하고 근심하는 시간이 하루 3시간 6분이라고 한다. 80년을 산다고 하면 일생 동안 10년을 걱정과 근심 속에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걱정, 근심이 일어나는가? 몸은 이곳에 있는데 마음이 미래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덜 생각하고 덜 걱정하고 싶다면 마음을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두면 된다. 마음을 현재에 두면 걱정, 근심이 사라져 행복해 진다. 인간의 모든 생각은 과거와 미래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생각이나 걱정은 모두 과거나 미래의 영역에 속한다. 마음을 현재에 둔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실천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위대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 1주일에 20시간씩 10년을 걸려야 하는 시간이다. 마음을 현재에 두는 것도 묵상(meditation)이나 마음 챙기기(mindfulness)를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의식적인 호흡(conscious breathing)은 생각을 멈추게 하고, 현재에 몰입하게 한다. 불교의 유명한 스님들은 몸과 마음을 현재에 두는 묵상에 1만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초보자 보다 뇌기능이 발달해 의식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그만큼 수월하다고 한다. 묵상이나 마음 챙기기를 통해 마음을 현재에 두면 아픔이나 고통도 사라지게 된다.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고통에 저항하지 말고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고통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슬픔과 절망, 공포와 외로움도 이와 싸우거나 저항하려 하지 말고 굽히면 평화를 느끼게 된다. 고통이 오면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이를 직시하고 전적으로 느끼되 생각은 멈춰야 한다.
고통이 오면 자신의 모든 관심을 고통의 원인 제공이 되었을지 모르는 사람이나 사건 그리고 현상에 두기보다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느껴야 한다.  
3. 굽힘의 유형
굽힘은 첫째로 어떤 사건이나 사실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평화롭고 행복해 진다. 이런 일화가 있다. 한 젊은 청년이 복권에 당첨되어 아주 비싼 차를 얻게 되었다. 친구들이 찾아와 얼마나 운이 좋았느냐고 하면서 축하를 해 주었다. 그들은 그렇게 비싸고 좋은 차를 갖게 되어 얼마나 행복하냐고 했다. 이 청년은 미소를 지으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아마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청년은 이 좋은 차를 타고 한 동안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교차로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이 새 차를 들이받아 이 청년은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이에 친구들이 찾아와 매우 불운했다고 위로를 해 주었다.
이 청년은 미소를 지으면서 역시 “아마도”라는 반응만을 보였다. 이 청년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느 날 산사태가 나서 이 청년의 집이 바다로 쓸려내려 갔다. 이에 친구들은 다시 찾아와 당신이 병원이 있었기 때문에 생명을 구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고 위로를 해 주었다. 이 청년의 반응은 역시 “아마도”였다. 결국 이 청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연의 사건에 대해 판단을 유보해 행복할 수 있었다.
이같이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판단을 하지 않으면 마음(mind)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마음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면 사랑과 환희 그리고 평화를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도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서 일상생활에서도 판단을 하지 말고 굽히면 언제나 마음의 평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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