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여행과 행복 <6>
[현대일보칼럼] 여행과 행복 <6>
  • 이상철
  • 승인 201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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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감명을 받은 것은 울창한 삼림과 녹지공간이었다. 선진국의 기준은 세 가지 즉, 울창한 삼림, 어린이 천국 그리고 경찰에 대한 존경라고 한다.
동경은 이미 2차 대전의 폐허를 딛고 어디를 가나 삼림이 우거져 울창했고 녹지 공간이 잘 조성 되어 있었다. 당시 서울은 아직도 한국전쟁의 여파로 서울시내 거의 모든 산들이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다.
나는 당시 지금 살고 있는 숭실대학 근처의 상도동에서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을 산을 넘어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이곳에도 삼림이 우거져 걸어서 다닐 수 없지만 당시에는 붉은 흙과 잡목만 있는 민둥산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산 중턱에 굴을 파 움막에서 사는 사람도 있었다. 
7년간의 미국 유학과 연구원 생활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내 또래의 몇몇 친구들이 이미 해외에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대학교수가 될 때인 1974년 33세에 미국 유학을 떠났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5년간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저널리즘 역사와 국제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쳤다. 학위논문은 “67년간(1905-1972)간 미국의 4대 일간지에 게재된 일본의 이미지”에 관한 것이었다.
67년간의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4대 미국의 일간지를 읽는데(마이클로 필름)만 2년이 걸렸다. 이 논문제목을 정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1960년대는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돌아오면 국내 주요 일간지에 사진과 학위논문제목이 소개되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한국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 관한 논문을 쓰려면 국내에서 쓰지 왜 구태여 외국에 가서 써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유학을 해서 학위논문을 쓰면 한국에 국한된 내용은 쓰지 않기로 다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1905년 일로전쟁부터 1972년 닉슨이 중국을 방문할 때 까지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고자 했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알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을 알려면 지정학적으로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위의 4대 강국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내 논문의 요지였다.
나는 미국서 학위를 마치던 1979년 메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 이후 우리 부부는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주해 1981년 귀국할 때 까지 나는 동서문화센터의 언론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의 연구원 경험은 내가 귀국해 중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서문화센터와 연수프로그램을 성사시키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이 연수프로그램은 언론전공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일반 언론인과 대학원생들의 미국연수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13회에 걸쳐 248명이 참여했다. 매회 평균 19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동서문화센터에 7일에서 10일간 머물면서 세미나 와 워크숍 참석, 방송국과 신문사 그리고 교육기관 견학, 미국가정방문, 시내명소 방문 등을 체험했다. 
내가 해외 언론연수프로그램 인솔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은 1990년대만 해도 해외여행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수생들이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매우 만족하고 행복하게 보여 나 역시 즐겁고 행복했다.
또한 내가 보람을 느꼈던 것은 이들의 첫 해외여행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세미나와 워크숍에 참석해 직접 배우고, 미국가정을 방문해 문화를 체험하고 주립대학과 신문사, 방송국을 방문해 현장 경험을 했고 명소와 유적지를 방문해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오래 동안 언론인연수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열정과 원생들의 적극적인 협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시를 회상하면 지금도 매우 행복해 진다. 이들이 연수기간 동안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행복해 하고 만족스러워 했던 표정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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