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소방안전교육’ 필수 과목으로 해야
[투고] ‘소방안전교육’ 필수 과목으로 해야
  • 양광호
  • 승인 201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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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과도한 교육열은 대치동 학원가 인근 집값을 상승시키고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진리 탐구가 아닌 명문대학 입학 또는 취업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공부를 한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친 모든 교육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고, 심지어 유아원에서도 외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하지만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수학의 미적분 혹은 영어의 문법 등등 학창시절 시험 볼 때 마다 괴롭혔던 문제들도 막상 사회에 나와서는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시험에 나오니까 기계적으로 외웠고, 나중에는 그냥 잊어버리는 그런 공부를 지금까지 해왔다. 그나마 필자에게는 학문의 중요성, 특히 수학의 오묘함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된 것은 군대생활이었다. 입대 후 포병부대에 배치되어 사격제원을 계산하는 보직을 받아 교육을 받았다.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이 산 넘고 물 건너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표적에 정확히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체험하면서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포병에 근무하려니 학창시절에도 하기 싫었던 수학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수학공부, 특히 삼각함수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해야 했다. 계산을 못하면 얼차려를 비롯한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 공부를 했지만 그래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의 포탄이 표적을 제압하지 못하면 적군의 포탄이 우리의 머리위에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이렇듯 생존과 직결된 공부의 결과로 필자는 아직까지 삼각함수 문제는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안전핀을 뽑고, 호스를 화점을 향하게 하고, 레버를 힘껏 누르세요……이 동작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는 방법이다.
너무 간단해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면 우습게 생각하는데 막상 화재가 났을 때 이러한 동작을 숙지하지 못해 당황하면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다. 응급 환자가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환자의 상태를 살피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만 실시해도 많은 환자들이 살릴 수 있다. 하지만 119에 전화 하는 것으로 할 일 다 한 것으로 생각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해 벌어지고 있다.
간혹 학생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나가면, 부족했던 수면시간을 보충하려는 듯 아예 잠을 청하는 학생도 있고, 다른 교과서를 보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을 책망하거나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재미있는 동영상이나 사진 자료 등을 많이 활용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한계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하지만 소방안전교육이 대학시험이나 취업시험에 필수적으로 출제된다면 그렇게 소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 된다. 지금 진도 앞 바다에는 대형 선박이 좌초되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온 국민은 안타까움과 슬픔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기왕에 발생한 사고는 제쳐 두고라도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하는데 그 것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속시원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 실정이다.
시험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장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초보적인 안전교육이라도 제대로 받았다면 과연 그렇게 허망한 죽음을 맞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어, 수학, 국어보다도 더욱 절실한 필수과목은 소방안전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

 

양광호
분당소방서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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