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일본에 사과를 부탁해선 안될 것
[현대일보칼럼] 일본에 사과를 부탁해선 안될 것
  • 신경환
  • 승인 201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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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상하이 루쉰공원에 위치한 윤봉길 의사의 의거장소를 역사교육장소로 지정하였다. 같은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건물이 철거 직전에 가까스로 보존되었던 과거 중국정부의 태도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근대사 콤플렉스라고 할 만큼 20세기 초 서구열강과 일본제국주의에 유린당한 역사를 치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이 전면전을 통해 중국을 점령한 것이 아닌 점진적인 침략에 무력하게 국권을 빼앗기고 만 중국 스스로의 모습에 원망과 분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일본 제국주의를 향해 직접적이고 중대한 타격을 준 안중근과 윤봉길의 의거는 어쩌면 중국에게는 불편한 진실이다.
중국은 우리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망일인 8월 15일 대신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10월 1일을 국경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일본제국주의에 이어 자본주의 국민당과 싸워 최종적으로 승리한 날이 10월 1일 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무조건 항복을 얻어낸 결과를 애써 외면하려는 의도가 있다. 결국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현대 중국이 근대사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는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다시금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사뭇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매우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내 항일운동 전적지를 다시금 성역화 하는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는 안중근과 윤봉길 등 중국 내에서 활동한 한국 출신 독립운동가의 유적지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과 배려를 해 주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일본의 역사도발에 대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대응하려는 중국의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달라진 중국의 모습은 중국이 점차 근대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모두 과거와 같은 패배의식과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강한 자신감과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투철하게 가지고 있다. 현재 일본은 오랜 경제위기와 사회적 우울증 속에서 우경화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 물론 이는 동아시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평화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런 일본을 향해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사과와 반성은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자기 스스로가 잘못했다고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일본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도 사실은 우스운 일이다. 사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잘못에 대해서 우리는 두 가지 입장을 취할 수 있다. 먼저 잘못한 쪽이 사과와 반성을 하고 피해자가 이를 용서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 하다면 피해자는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강제로 보상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모두는 잘못을 뒤로 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잘못인지 조차 모르고 있는 일본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사실 이치에 맞지 않다. 또한 잘못을 해 놓고도 아직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전범국가 일본이 다시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2차 대전 직후 한국과 중국은 여전히 일본에 비해 국력이 미약했다. 그 때 제대로 끼우지 못한 단추 하나가 여전히 옷을 입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는 뒤로 하고 함께 앞으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잘못 끼워진 단추 위로 아무리 단추를 잠가도 결국에는 모든 단추를 풀고 처음 그 단추로 가야 한다.
역사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경우는 없다. 역사의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 스스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 필자

 

신경환

국제정치학 박사, 신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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