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걷기와 행복 <5>
[현대일보칼럼] 걷기와 행복 <5>
  • 이상철
  • 승인 201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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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사막을 통해 걷는 오솔길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의 발자국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조상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에티오피아 사막에서 물은 금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기온이 높은 사막이다.
이곳에서 아주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3일을 걷고 나서야 기적적으로 진흙탕의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진흙탕 물은 그가 친구처럼 같이 걷는 낙타의 갈증을 겨우 해소할 정도였다.
그는 아프리카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아직도 걸어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곳에서 신발은 현대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했다.
대다수가 걸어서 이동하고 걸어서 여행을 하는 이곳에서 신발은 싣는 사람의 계급과 개성, 성공과 성적매력 그리고 정치적인 신분을 나타낸다고 했다. 
첫해 걷기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사우디였다. 오일왕국인 사우디는 도시화 비율이 83%로 미국보다 앞선다. 사우디는 아직도 이방인들이나 외국의 언론인들이 국내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한다고 해서 국제적인 뉴스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이를 어기고 많은 여성들이 운전하는 것을 보았다. 여성의 운전은 주로 외국기자들이 없는 곳에서 행해진다.
그의 남은 걷기 여정을 보면 2014년에는 요르단의 암만을 출발해 내전중인 시리아를 피해 어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횡단해 타지크스탄 까지 걷는다. 2015년에는 인도를 출발해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연안까지 걷는다.
2016년에는 중국연안을 출발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아무르 강까지 걷는다. 2017년에는 아무르 강을 출발해 아시아 대륙을 횡단해 알라스카의 앵커리지까지 걷는다. 2018년에는 앵커리지를 출발해 멕시코의 콜럼버스까지 걷는다.
7년째 마지막 도보 여정인  2019년에는 콜럼버스를 출발해 인류조상이 지구 최남단에 도착한 칠레의 티에라델푸에고까지 걷고 끝이 난다.
초기 개척 유목민들이 인류가 최초로 살았던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중동, 아시아, 북미 그리고 남미의 최남단까지 이주한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백 명을 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역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미국역사는 1609년부터 시작된다. 영국의 제임스 1세 때인 1606년 100명 정도의 영국 이주민이 버지니아에 도착했으나 질병과 기근 그리고 추위로 다 죽고 말았다. 뒤이어 1609년 500명이 버지니아에 도착했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다음해 봄 까지 60명만이 살아남았다. 이들이 현재 미국의 조상이다.
걷기운동은 문명과 야만(원시)이 공존하는 현실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은 6만 년 전부터 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2011.10.31) 1천80억 명 이상이 살았다. 이들 가운데 1천억 명 이상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6.5%에 해당되는 70억 명 정도가 지구의 어디엔가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들 가운데는 아직도 6만 년 전과 비슷하게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70억의 인구가운데 10억은 언제 어디에선가 상시 걸어서 이동한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지구촌 어디엔 가에는 원시적인 수렵이나 유목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외국인 여행객은 에티오피아에서 낙타와 함께 여러 날을 걸어도 근대문명을 상징하는 유리와 벽돌 한 조각 볼 수 없어 아직도 문명과 원시가 공존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6만 년 전 수렵 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속 3-4 킬로미터로 하루 16킬로미터를 걷는다.
이 여행객은 아프리카에서 옛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에겐 걷는 것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몽고는 땅의 크기가 한국의 15배를 넘지만 인구는 한국의 15분이 1(317만 명)도 안 된다.
이들 유목민들은 옛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목축에 의존하기 때문에 목축의 먹이 감을 찾아 끊임없이 걸어서 이동한다. 
결론적으로 걷기는 전 세계적으로 7명 가운데 1명이 일상적으로 하는 가장 보편적인 운동이다. 걷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다. 밖에서도 할 수 있지만 침실에서도 할 수 있다. 나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하기편한 운동이다. 걷기는 운동부족을 보완하는 가장 좋은 운동이다. 걷기는 비용이나 장비가 들지 않는다.
걷기는 훈련이나 기술이 필요치 않다. 걷기는 속도와 시간을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걷기는 원시와 문명의 공존을 체험케 한다. 걷기는 생각을 하게하고 자연을 즐기게 한다. 걷기는 인내심과 지구력을 기른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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