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걷기와 행복 <4>
[현대일보칼럼] 걷기와 행복 <4>
  • 이상철
  • 승인 2014.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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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그 어떤 운동보다 다양한 효과가 있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mind, 지성)은 항상 활동을 갈망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활동하는 존재(active beings)라는 말이 있다.
걷기의 효과는 육체적 효과와 정신적 효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육체적 효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호흡의 능률이 좋아져서 산소섭취량이 증가한다.
다리와 허리의 근력이 강화된다. 혈압이 낮아진다. 콜레스테롤이 낮아진다.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50% 낮아진다.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40% 감소된다. 체지방을 감소시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 예방에 좋다. 근육과 관절강화로 골다공증을 30%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걷기는 암세포에 대한 면역력도 높여준다. 걷기운동의 정신적 효과도 다양하다. 걷기는 뇌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활성화 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엔도르핀은 기쁘게 하는 호르몬을 분비해 행복하게 하고 도파민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행복하게 한다.
걷기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불안이나 우울증을 없애준다. 걷기는 일상생활의 근심을 잊게 한다. 걷기는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준다.
걷기는 운동효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한다. 우선 걷기는 묵상(meditation)의 기회를 준다. 묵상의 방법은 숨을 들이 쉬면서 나는 계속 걷는다고 반복하고 숨을 내쉬면서 걷기는 내 몸에 힘(strength)과 인내 그리고 몸에 균형을 이루게 해 감사하다고 반복한다.
묵상의 의미는 원래 몸과 마음이 하나로, 한 가지로 통일되는(in the here, in the now)것이다. 우리의 일상 용어가운데 한 눈을 판다, 정신을 판다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 몸은 여기 이곳에 있지만 정신(마음)은 현재 지금에 있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있는 것을 말한다.
걷기는 속도를 조절해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대화하며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중년의 여성 사업가는 제주 올레길(90킬로미터, 1-5구간)을 5일간 걸었다. 말을 줄이고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대화하며 천천히 걷는 동안 진정으로 행복했다고 했다.
그녀는 헬스장이나 그 어떤 운동보다 좋았다고 했다. 걷기는 과거를 회상하고 역사를 재현하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1938년 프랑스에서 출생해 30년간 신문(르 피가로)과 잡지기자로 일한 유능한 언론인이다. 그는 1999년 62세의 나이로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이르는 1만2천 킬로미터를 걸었다.
그는 4년에 걸쳐 이 실크로드를 걸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다. 그는 인간은 걷기위해 태어난 동물이라고 했다.
폴 살로펙은 미국인으로 언론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을 2회나 받은 베테랑 기자이다. 그는 7년(2013-19)에 걸쳐 인류가 최초로 기거한 에티오피아로부터 칠레까지 4대륙을 횡단하는 거리를 걷기로 했다.
그가 이미 걸었고 앞으로 걸을 거리는 33,789킬로미터(21,000마일)나 된다. 역사상 최장거리 걷기의 목적은 인류가 6만 년 전 최초로 살았던 에티오피아의 대협곡으로부터 출발해 어떻게 4개 대륙을 횡단해 지구 최남단인 남미의 칠레까지 이주할 수 있는지를 체험해 보고 역사를 재현해 보는데 있다.
이 최장 거리의 모험적이고 아주 힘든 계획은 미국의 3개 언론기관인 내셔널지오그래픽, 나이트 재단, 퓰리처 위기보도 기구의 후원을 받는다. 그는 7년간 가장 긴 여정의 길을 걸으면서 1년에 한번 기사를 작성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그해 12월호에 게재한다. 이 여정에 관한 첫 번째 책은 2016년(랜덤 하우스)에 발간된다.
그는 예정된 이 여행을 고난, 외로움, 불확실성, 두려움, 피로, 혼돈, 어려움, 아름다움으로 묘사한다.
걷기의 첫해인 2013년에는 원시인류가 살았던 카르멜 산 동굴로부터 시작해 요르단의 암만까지 걸었다. 그는 말한다. 그는 생각하기 위해 걷고 글을 쓰기위해 걷는다. 그는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위해 걷고 기억하기 위해 걷는다.
그는 아이디어를 찾고 스토리를 찾기 위해 걷는다. 그는 환상을 추구하고 어리석음을 추구하기위해 걷는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사막을 통해 걷는 오솔길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의 발자국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조상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다음주에 계속>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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