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한국이 일본에 낚였다
[현대일보칼럼] 한국이 일본에 낚였다
  • 신경환
  • 승인 201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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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총리 등장 이후 동북아 국가들과 일본의 관계는 지속적인 악화일로에 있었다. 일본은 20 여 년의 경제적 불황을 겪으며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은 일본을 보다 우경화 시켰고 그 중에는 우익활동에 전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물론 정치인들은 표에 따라 움직인다.
특히 사회적 갈등상황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 주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표를 잃는 다면 정치인들은 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편가르기가 아닌 손만 들어주면 얻을 수 있는 표가 있다면 그 수에 관계 없이 손을 번쩍 들어 줄 것이다. 일본의 우익들은 그 비중이 일본 전체 인구에서 본다면 분명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정치인에게 표를 몰아 줄 것이다. 아베총리는 이들의 손을 들어 줌으로서 손 쉽게 표를 얻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일본인이 원하는 것은 현재 일본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는 것이고 아베총리는 인플레이션 조장이라는 다소 위험한 방법으로 경기를 반짝 활성화 시키는 것까지는 성공하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는 주변국의 불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베총리로서는 주변국과의 관계악화보다 일본 우익들의 몰표가 정치적으로 더욱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것이다.
아베총리는 급기야 절대로 건들면 안 되는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고노담화에 대한 부정을 시도하였다.
물론 한국과 중국의 반발로 고노담화는 승계하되 어떤 상황에서 고노담화가 발표되었는지 조사는 해 보겠다는 다소 황당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단 한국과 중국은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입장을 보여주는 순간 우리는 일본의 계획에 낚인 것이다. 당초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사과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2차대전 시기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해 사과표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바로 고노담화를 놓고 하는 얘기였다. 물론 한국과 중국은 고노담화 수준의 사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이고 명확한 사죄와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아베총리가 고노담화를 검증하겠다는 으름장에 우리는 고노담화라도 계승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제는 일본이 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 선회를 환영하고 있지만 이는 일본의 뻔한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나 다름 없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할 것은 고노담화를 계승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노담화로는 부족하니 더욱 진실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일본에 사과를 강요하는 것 자체도 한심한 것이다. 사과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먼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피해자로서 가해자인 일본을 용서하거나 처벌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는 아직까지도 그 둘 중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용서를 빌지 않는 일본을 용서할 수도 없고 2차 대전에서 무력으로 일본을 항복시키지도 못했다.

 

◇ 필자

 

신경환

국제정치학박사, 신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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