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왜 시간은 행복과 관련 있나<5>
[현대일보칼럼] 왜 시간은 행복과 관련 있나<5>
  • 현대일보
  • 승인 201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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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구상에는 70억의 인간이 살고 있지만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 같이 이들의 때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린 아이가 걸을 때가 되었는데 걷지 못하면 걱정을 한다. 말할 때가 되었는데 말을 하지 못해도 걱정을 한다.
이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나오지 않아도 걱정을 한다. 그러나 몸에 큰 이상이 없는 한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때가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체질에 따라 때가 조금 씩 다르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 고유성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빨리 성취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은 성장해서도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때가 다르다.
나는 지금 까지 살면서 성장과정에서 내  또래의 친구들보다 여려 면에서 뒤지거나 느리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 다닐 때 친구들 모임에서도 다른 친구들은 자랑들을 많이 했는데 나는 자랑할 것이 없어서 대기만성 할 것이라고 변명을 한 기억이 난다.
나는 1941년에 태어났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이 1년 늦게 출생신고를 해 항상 1년 늦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9살 때는 한국전쟁(1950-53)이 일어나 3년간 피난생활을 하면서 3번이나 학교를 옮겨 다녔다.
이런 과정에서 또 1년을 뒤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때도 1년 재수를 해 또 1년을 뒤졌다. 1974년 33살에 유학을 갈 때 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일부 친구들은 외국서 학위를 마치고 돌아와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대학교수가 됐을 때가 40세 (1981)였다. 적어도 내 또래의 동료 교수들보다 7년에서 8년은 늦은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수로 활동하는 동안 내 또래의 동료 교수들 보다 10년을 늦었다는 생각과 자세로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했다.
 이 결과 보람을 느낀 것은 한국언론학회에서 주는 희관언론저술상(언론발달사, 1992)을 4번째로 받은 것이었다. 1회는 나의 스승이 탔고 2회와 3회는 연배는 나와 비슷하지만 나 보다 적어도 7·8년 먼저 대학교수가 된 분들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남은 인생을 살 때 다른 사람의 때에 연연해 바쁘고 조급하게 살지 않고 오직 나의 때만을 믿고 기다리면서 느리게 천천히 살려고 한다. 왜 시간은 행복과 관련이 있는가?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것은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도 보다 행복해 진다.
심리학자이며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은 시간과 행복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결정은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시간이다. 우리는 누구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하지 많으면 소용이 없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시간을 보다 많이 투자해야 한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도 돈보다 중요한 것이 시간이다. 가정이 부유하고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한 부유한 가정의 가장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부인과 아이들에게 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질과 돈을 주는데 왜 불만족스럽고 행복하지 못한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이 가장은 부인과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함께 같이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데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에 대한 최상의 표현도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시간을 얼마나 같이 보내고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에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부인이 남편과 대화를 할 때 남편 마음의 95%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있고 5%만 부인에 관심을 갖는다고 부인은 불평을 한다.
가난할 때 보다 부유할 때 부부간에 불화가 많은 것도 부유해 질수록 상대적으로 부부간에 같이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 뿐 아니라 애정이나 감정표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인은 경제적인 필요가 어느 정도 충족 되면 감성적인 필요에 목말라 한다. 사랑받고 싶어 하고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부인에 대한 사랑과 도움의 표시는 큰 것이 아니라 부인에게 자동차의 문을 열어주거나 예쁜 꽃을 선사하거나 포옹해 주는 것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정의 부가 자녀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가정에서 자란 한 여인의 어릴 적 이야기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살았다. 그런데 나는 불만이 많았다. 항상 부족하고 항상 배고프고 아버지는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그런 생각에 꽉 묶여가지고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밖에서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엄마의 사랑이 많이 필요했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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