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中日갈등, 앙금이 얼마나 남아있나
[현대일보칼럼] 中日갈등, 앙금이 얼마나 남아있나
  • 신경환
  • 승인 201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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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이 난지도 70년이 다 되어 간다. 일제시대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세대도 이제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은 아직도 이렇다 할 결론이 없이 현재 진행형이다.
새해 초부터 중국과 일본의 감정대결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항공기가 센카구(중국명 댜위다오)열도에 근접해 일본 전투기가 급발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국간 상공에서의 대결은 없었지만 사실상 이 문제는 영토문제를 넘어 감정 대결로 치닫고 있다.
전범국가 일본과 주변국의 상황은 똑 같은 전범국가 독일과 그 주변국의 상황과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 독일은 유럽통합의 중심국가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리스의 구제금융지원을 좌지 우지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의 주요문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독일의 경제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독일의 침략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프랑스와 영국 같은 나라들이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을 용인한다니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후 독일의 모습을 보면 현재의 유럽 상황은 금방 이해 할 수 있다. 독일은 패전 후 곧바로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유럽사회에 무릎 꿇고 사죄했다.
독일 스스로가 나치당원들을 색출하여 독일 법원에 세우고 엄한 처벌을 내렸다. 전범에게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아 평생 신분을 숨기고 살아온 과거 나치전범이 발각되어 백발의 노인이 법정에 서는 생소한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그런 탓에 독일의 전범들은 오히려 독일에서 도망쳐 남미 등에 숨어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일본전범들은 도쿄전범재판에서까지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부정하거나 심지어 옹호하기까지 했다. 핵폭탄을 투하하여 일본을 독자적으로 점령한 미국은 원활한 전후 통치를 위해 일본의 지도자들을 처벌하기 보다는 이용하고자 하였다.
일본 아베총리의 외조부인 기시노부스케 또한 만주괴뢰정부에서 중국 동북지역 수탈에 앞장선 인물로 A급 전범으로 분류되었지만 기소되지 않고 석방되었다. 이러한 인물이 1957년에는 총리의 자리에까지 오른 나라가 바로 일본인 것이다.
일본의 몰염치한 행위에 대해서 감정적인 분노만을 할 수는 없다. 역사적 배경과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일본의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1945년 일본의 패전 시점의 동아시아를 생각해 보자. 일본은 비록 전쟁에서 졌지만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발달했고 강력한 나라였다. 자신들의 노예로 생각했던 한국과 중국에게 무릎 꿇고 사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이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할 대상은 오직 미국뿐이었고 미국은 그것 만으로도 매우 흡족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비해 항상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결국 진정한 사과의 진정성도 필요성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일본을 제치고 G2로 부상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미군을 증강하기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일본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동안 억제 되었던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의식하여 지난 이명박 정부시기에는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시도하며 일본의 군사력 확대를 묵인 내지 용인하는 실정이다.
결국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군사력확장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의 길을 열어주고 있고 미국과 한국은 일본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가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중국이 일본을 압도할 만큼 성장할 경우 일본의 반응이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고립되는 것을 선택하던지 전후 독일처럼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냉혹한 힘의 현실만 존재한다. 우리가 일본의 사과를 원한다면 우리가 일본보다 강해지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은 없다.

 

◇ 필자

 

신경환

국제정치학박사, 한서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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