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가슴속 깊이 되 새기길
형제의 난 가슴속 깊이 되 새기길
  • 김정현
  • 승인 2012.05.14 00:00
  • icon 조회수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년 전, 중국 선양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안산시를 간적이 있었다. 거의 2시간을 달렸는데도 지평선만 보일 뿐 산은 없고 광활한 평야뿐이다.
안산시내 입구에 조그만 언덕이 유일한 산이라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이 넓은 만주 땅을 어이없이 당나라에 넘겨준 인물이 연개소문의 아들 남생과 남건 형제다. 권력에 눈이 멀어 형제끼리 싸우다가 고구려가 망한것은 물론이고 큰 대륙을 빼앗기고 우리 민족은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한 이후, 건국에 큰 공이 있음에도 세자에서 제외된 이방원은 무력을 이용해 형인 정종을 위협, 2년만에 왕위에서 끌어 내리고 자신이 왕위에 올라 태종이 됐다.
왕자의 난으로 인한 이성계의 ‘함흥차사’가 생겨났다. 그러나 다행히 태종의 장남 양녕대군은 어진 성품을 지닌 셋째 아우 충녕에게 임금자리를 선뜻 내주고 권력의 끈을 버린 후 서화를 즐기고 호탕한 세월을 보내면서 정부인과 후실 사이에 10남 15녀를 낳고 세종대왕보다 더 오래 살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갑부인 이건희 형제의 재산 싸움이 화제가 되고, MB와 형 영일만대군은 협조(?)가 너무 잘되서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이처럼 부자지간 다음으로 가까운 2촌 사이가 나라를 망하게도 하고 흥하게도 한다.
성남시청 사이트 게시판에 ‘성남시에 바란다’라는 코너가 있다. 이곳에 이재명 시장의 형님 되시는 분이 무려 73회(5월 6일 현재)에 걸쳐 글을 올리고 있다. 동생 시장에게 잘 하라는 충고도 있고 ‘의왕시에는 있는 안내간판이 왜 성남시계에는 없냐?’ 는 참고할만한 질책도 있다. 그러나 왠지 글 속에 비꼬임이 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이 불편하다.
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의견이나 지적을 일일히 들어 주기도 하지만, 성남시라는 큰 숲을 보며 행정을 하는 자리다. 더구나 형은 글의 서두에서 ‘현 성남시장은 성남시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성남시장은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자리가 아니고 정당하게 선거에 의해 선출된 자리이니 당연히 자격이 있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공개적으로 시장을 비하하는것은 성남시민을 모욕하는 행위이며 불쾌한 일이다.  
세종이 즉위한 후 간신들이 양녕대군을 모함하자, 세종은 “원래 이 자리는 양녕대군이 앉을 자리가 아닌가. 한갓 민간의 필부라도 형제 간의 잘못은 감춰주고 좋은 점은 추켜주는 것이 도리요, 불행히도 죄를 지으면 하다못해 애걸도 하고 뇌물이라도 써서 모면토록 하는 게 형제 간의 의리며 인정이거늘, 하물며 나는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민간의 필부만도 못하게 형님도 도와주지 말라는 말인가?”라며 질책했다고 한다. 훌륭한 본보기다.
동생시장을 칭찬해 주면 백만 시민도 형님을 어른 대접해 준다.  
 성남/김정현 기자 kjh@hyundaiilbo.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