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인>대만출신 중화권 최고의 영화감독, 리안(李安)
<중국, 중국인>대만출신 중화권 최고의 영화감독, 리안(李安)
  • 한인희
  • 승인 201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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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용기 갖고 동서문화 진실찾는 구도자

영화는 모두 직접 작업 강박관념
다른사람보다 몇년씩 앞서 준비
결국 여러사람 합작해야 깨닳아

 

리안은 <음식남녀>를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친 뒤 세계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1995년 그는 처음으로 영어작품인 <이성과 감성(理智與情感)>(“Sense and Sensibility”)를 감독하였다. 이 영화는 섬세한 시선과 재치 있는 문체로 18세기 영국 중상류층 여성들의 삶을 묘사한 영국인 소설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소설이 원작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엠마 톰슨(Emma Thompson)은 영화의 시나리오의 각색을 직접 맡아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예상외로 크게 호평을 받았다. 오스카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가 되었고, 여주인공 엠마 톰슨에게는 각본상이 주어졌다. 이 영화로 리안은 미국 평론협회와 뉴욕영화평론가 협회의 최고 감독에 오르기도 하였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그가 어릴 때부터 무협소설의 광이었던 끼를 발휘하게 되었다. 리안은 대만의 중국영화회사(中影公司)의 전임 총경리(總經理)이자 당시 종횡국제영화회사(縱橫國際影視公司)의 사장인 쉬리공(徐功立)의 초청을 받게 되었다. 그와 함께 태극권 분야의 독보적이고 철학적인 의미가 심오한 <와호장룡(卧虎藏龍)>(“Crouching Tiger And Hidden Dragon”)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음식남녀>와 <얼음폭풍(冰風暴)>(“The Ice Storm”)을 리안과 함께 작업한 유태계 각본의 귀재 제임스 샤머스(James Schamus)가 참여하였다. 이 영화에서는 그는 그동안 인간의 감정과 윤리적인 분위기를 바꾸어 중국전통의 문화를 융합적으로 표현하면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비정한 스토리를 주제로 삼았다. 탐미적인 화면과 격조 있는 무협이 서로 결합되면서 <와호장룡>은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렇게 하여 새로운 형태의 무협영화가 출시되자 서양의 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응과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 영화는 출시되자마자 흥행뿐만 아니라 영화계의 찬사가 이어졌다. 제73회 오스카상에 10개 분야가 노미네이트되기도 하였다. 대성공이었다. 리안은 제58회 미국영화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였다. 그리하여 2006년 <타임>는 그를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안에 포함시켰다. 그렇다면 리안은 자신의 영화세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제 그와 인터뷰를 해보도록하자. 이 인터뷰는 <리안영화좌담회>라는 형식으로 2008년 12월 25일 북경영화학원에서 전체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학교 장휘이쥔(張會軍)원장과 텐장장(田壮壮)교수와의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내용은 매우 많지만 주요한 내용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중국영화와 미국영화에 대한 작업과 문화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들어보자. 리안은 “제가 중국영화와 미국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길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차이는 미국영화를 찍는 것은 저의 경우 비교적 부담이 없습니다. 제가 처음 <이성과 감성>을 찍을 때 당시에는 심리적으로 매우 긴장을 하고 있었어요. 중국인으로서 창피를 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3편의 중국영화도 찍고 있었어요. 비록 대부분은 미국인들과 합작을 하는 것이지만은 말이죠. 그러나 경험은 여전히 부족했어요. 당시 저에게는 전체 스텝들과 연기자들은 모두 일류의 진용을 갖추고 있었어요. 그 이전까지 할리우드든지, 영국인이든지 저는 모두 영어로 작업했던 경험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그렇게 수준 높은 차원에서 말입니다. 또한 저는 제가 찍는 영화는 모두 내가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제가 영화주제도 연구하고 그랬답니다. 이를테면 제가 책을 접하던, 혹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던,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면 저는 이미 다른 사람보다 몇 년이 앞서 이러한 일을 준비하고 일을 했어요. 제가 모든 것을 하려고 했던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지시할 생각을 할 줄 몰랐어요. 오로지 이 영화는 제가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한다는 그런 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기에 오히려 다른 사람에 비해 30년은 뒤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실 당시 정말 저는 너무도 힘들었어요. 이후에 찬찬히 살펴보니 제가 했던 그동안의 그런 경험이 나에게 큰 깨닳음을 주었어요. 영화는 빛의 소리이자 기술입니다. 그러므로 감독은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사실 사소한 부분에 골몰하느라 반년을 허비했던 경험에서 서서히 속박과 학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바로 제가 찍는 이러한 영화가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하는 작업도 아니며 이러한 모든 것을 알아서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결국은 영화는 여러 사람들과 합작을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닳게 되었답니다. 그러므로 일년이 지난 뒤 비교적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사실 영어로 된 필름을 찍는 것은 비교적 여유가 있어요. 왜냐하면 전체 제작환경이 비교적 이상적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중국영화와 미국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미국 영화 100년과 중국 영화 100년을 비교해보면 너무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영화의 각 분야는 모두 매우 건전하게 발전해 왔어요. 그러므로 제가 얻는 정보가 매우 풍부하지요. 비록 저의 영어 실력이 그다지 별 볼일 없고, 단어들도 정확하지 않지만 저는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어요. 저의 장점은 영화의 감에 의존하는 편이지요. 그 주제에 대한 내적인 이해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세밀하게 하나씩 배워가려고 했어요. 그렇게 작은 깨알 같은 모래가 거대한 탑이 되는 것과 같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감독 일은 여러분들이 수업시간에 배우는 이론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하나씩 어려움을 돌파하시면 멋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영어작품을 찍을 때는 도움을 받는 것이 많아요. 이에 비해 거꾸로 중국 영화를 찍을 때는 매우 힘들고 고생이 심합니다. 이것은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의 영화문화는 이러한 점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국의 영화는 서양의 것을 계속 배워왔어요. 그래서 중국의 영화는 전환되었고, 문화와 소리와 빛까지도 변화되었어요. 더욱이 우리들이 영화를 보는 습관까지 바뀌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홍콩, 대륙 모두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 따라서 제 생각에는 중국 국산영화를 만들 때 매우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하나 더욱 큰 차이점은 서양영화를 만들 때 사실 저는 영화의 극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그러므로 저는 제가 만드는 영화는 예술과 영화적인 측면에서 생각합니다. 그것이 갖고 있는 잠재의식에서 문화의 뒤편의 것들을 탐색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의 스토리가 무엇인가? 영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식이지요. 다른 측면에서 중국어분야는 제가 익숙하죠. 그러므로 제 자신의 상태 이 분야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배후의 것들을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국산영화를 만들면 고생을 많이 해요. 각 분야의 모든 것이 비교적 어지럽게 뒤엉켜 있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연기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 말해서 비교적 고생을 정말 많이 합니다. 영어영화는 본문만 학습하면 됩니다. 이것은 바로 문화의 차이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말 말하기가 어려운 측면이지요.” 그의 인터뷰는 내용은 매우 다양하고 분량도 많다. 그의 인터뷰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내용은 역시 영화와 관련된 ‘중서문화의 차이’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여 관중들에게 보여 주는가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그에게 마지막으로 질문을 한다. “(영화에 있어서) 기술과 도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가 대답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술은 작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가 비교적 중요하지요. 제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여러분이 영화를 찍을 때 ‘글로써 사상을 밝힌다(文以載道)’라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당신이 이 천지의 이러한 인생의 도에 대해 어떤 것을 느끼는가하는 점입니다. 당신이 관중들에게 표를 팔고 들어와서 보라고 할 때 당신은 그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가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은 문화의 일입니다. 당신이 문화를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영화문화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 뒤 오로지 영화를 찍는데 만 매진하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술상의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 전에 저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한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요. 저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영화는 수련의 과정입니다. 인생의 수련이지요. 여러분은 진지하시고 진실한 용기를 갖기 바랍니다.” 리안은 여전히 새로운 용기를 갖고 동서 문화의 진실을 찾아 나서고 있는 진정한 구도자다. 그의 전기로 2007년, 인민전기문학사에서 출판된 장징베이(張靚蓓)가 편저하고 리안이 교정한 <10년이 한순간, 영화의 꿈 리안전(十年一覺電影夢:李安傳)>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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